사설·칼럼 사설

[fn사설] 한일 정상 도쿄서 회담, 양국 관계회복에 속도 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16 18:36

수정 2023.03.17 09:11

반도체 수출규제 해제 합의 日 과거사 전향적 자세 필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한일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16일 오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출국하며 손인사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한일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16일 오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출국하며 손인사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윤석열 대통령이 16일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한국 대통령이 방일해 한일정상회담을 한 것은 12년 만이다. 회담에서 일본은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해제하고 한국도 3개 품목 규제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하기로 했다.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리스트) 조치의 원상회복 논의도 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이 굴욕 외교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일본을 협력 파트너로 삼은 것은 악화된 양국 관계를 회복하고 발전적인 미래를 위해 힘을 합치자는 뜻이다. 양국은 윤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경제적, 안보적 측면의 협력 강화 등을 통해 2019년 7월 이전의 관계로 돌아가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또 높은 기술력을 가진 반도체 공급망 강화 등을 위한 경제안전보장대화 협의체를 창설하기로 합의했다. 앞으로도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가기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는 의미다.

양국 정상이 서로 오가는 셔틀 외교도 공감대를 이뤘다. 재무·통상·과학기술 등 경제 분야의 장관급 협력채널도 복원해 실무 차원의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의 방일에는 4대 그룹 총수들이 동행해 일본 재계와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양국 재계가 각각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전경련)과 '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게이단렌)을 창설하기로 한 것은 그 성과다. 이 기금을 통해 양국은 나아가야 할 미래상과 협력 방안을 연구하고 젊은 인재들의 교류를 촉진하기로 했다.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로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북한은 윤 대통령의 방일을 겨냥해 이날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또 발사했다. 우리도 우리지만 일본에도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유사시에 대비한 안보 협력, 핵 억지력 강화를 위한 공조는 한일 모두에게 중요한 과제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회담에서 '지소미아'(GSOMIA· 한일군사정보 보호협정) 정상화를 선언했다고 언급했다.

남은 과제는 여전히 많다. 과거사 문제가 강제징용 문제의 양보로 종결된 것은 아니다. 우리 정부로서도 피해자들의 반발과 여론 악화는 큰 부담이다. 그런 점에서 위안부 문제 등에 관해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전향적 자세를 보이라고 일본 정부에 요구하는 것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일본은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시도도 멈추어야 한다. 양국의 미래를 위해 온갖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강제징용 문제에서 통 크게 양보한 한국 정부의 노력에 화답하는 길이다.

시간이 촉박했지만 공동선언문도 없는 정상회담에 대한 아쉬움도 없지 않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1998년의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발전적으로 계승한다고 한 정도다. 이번 회담이 끝은 아니다.
앞으로 기시다 총리의 답방을 통해 더욱 진전된 양국 관계의 합의문을 국민들 앞에 내놓기를 기대한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