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지원으로 해결하기 힘들어" 우려도
퍼스트 리퍼블릭 주식, 시간외서 17% 폭락
17일 금융시장 등에 따르면 미 대형은행들이 미국, 스위스 정부와 대형은행들이 유동성 공급을 통해 크레디트스위스(CS)와 퍼스트 리퍼블릭 등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사그라 들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간밤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299.2원에 최종 호가 되는 등 그 간의 상승 흐름을 되돌렸고, 급등 했던 채권 가격도 전날 상승분의 일부를 되돌리는 등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약화됐다.
미 대형은행들이 위기설이 불거진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을 구제하면서 금융시스템 위기로 번질 것이라는 불안 심리가 줄어들은 영향이다.
앞서 16일(현지시간) 미 11개 대형은행은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에 300억 달러(약 39조)를 투입하기로 했다.
공동으로 마련된 300억 달러는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에 비보호 예금으로 120일 동안 예치하기로 했다. 이들은 "미국 최대 은행의 이번 조치는 퍼스트 리퍼블릭에 대한 신뢰를 반영한다"며 "이는 금융시스템 강화를 위한 행동"이라며 시장을 안심시켰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이날 의회 청문회에 참석해 "미국 금융시스템은 안전하다"고 언급했다.
경쟁업체를 구제하기 위해 다른 업체들이 대책을 마련한 것은 미국 내에서도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앞서 유럽에서도 스위스중앙은행이 스위스 대형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에 500억 스위스프랑을 지원하는 유동성 공급에 나서겠다고 발표하면서 은행권 우려 완화에 일조했다.
이와 관련, 위기가 끝났다는 시각과, 이번 조치로는 은행 시스템 전반에 걸친 부작용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딕 보브 오데온 캐피탈 그룹 애널리스트는 "연준이 아닌 은행시스템이 자체적으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이는 위기가 끝났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반면 JP모건은 "스위스중앙은행 등과 같은 금융권 지원이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에는 불충분 하다"며 "오히려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국과 미 은행들의 조치가 잇따르면서 금융 시스템 붕괴 공포가 일부 완화되기는 했지만,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우려는 여전한 모습이다.
전날 국제신용평가사가 퍼스트 리퍼블릭의 신용등급을 대폭 하향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쉽사리 잦아들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는 15일(현지시간) 퍼스트 리퍼블릭의 신용등급을 'A-'에서 투기 부적격 등급인 'BB+'로 4단계나 낮췄다.
주식과 채권 가격도 하루 새 큰 폭으로 움직이며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주가는 전날 대비 9.98% 상승한 34.27 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36% 가까이 폭락하며 19.86 달러까지 내려갔으나 미 대형은행들의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지원 소식이 전해진 후 반등하기 시작해 10% 가까이 상승 마감했다. 다만, 이번 사태가 불거지지 전인 이달 초 120 달러를 넘어섰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폐장 이후 시간 외 거래에서 다시 16.98% 폭락한 28.45 달러에 거래를 마치는 등 다시 곤두박질 쳤다. 대형은행들이 지원 사격에 나서면서 불안 심리를 잠재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불안은 여전함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미 국채 가격은 다시 하락(금리 상승)하는 등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줄어들었다. 16일(현지시간)뉴욕 채권시장에서 시장의 벤치마크 금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장 대비 0.025%포인트 상승한 3.569%를 기록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전장대비 0.265%포인트 상승한 4.157%에 마감했다. 전날에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미 국채 10년물과 2년물이 각각 0.22%포인트, 0.35%포인트 하락한 바 있다.
이는 사태가 어느 정도 일단락 되는 모습이 연출 되기는 했지만, 전반적인 여건이 변화하면 잠재 돼 있던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성락 국제금융센터 자본유출입 부장은 "은행 위기에 대한 경계감이 미국 중소형 은행에서 여타 은행으로 확산되고 있어 당분간 높은 시장 변동성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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