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계 다국적 투자은행 크레딧스위스(CS) 인수전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도 뛰어들었다.
스위스 금융당국이 자국 양대 은행인 UBS와 CS간 협상을 주선한 가운데 블랙록 역시 인수 의사를 나타낸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충격파에 노출된 167년 역사의 CS는 유동성 위기설이 파다한 가운데 현재 여러 옵션들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은행을 쪼개 자산운용, 부유층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웰스운용 부문은 매각하는 것이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알려져 있다.
블랙록도 인수 나서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이하 현지시간) 소식통 5명을 인용해 블랙록이 CS의 자산 인수전에 뛰어들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블랙록은 현재 CS 자산 인수와 관련해 여러 옵션들을 검토하고 있으며 다른 잠재적 인수 후보들과도 대화를 진행 중이다.
소식통들은 블랙록이 CS 전체를 인수하기보다 사업부문 일부만 인수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랙록은 일단 발뺌하고 나섰다.
블랙록은 18일 "CS 전부, 또는 일부 인수에 참여하는 계획은 결코 없다"면서 "관심조차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소식통에 따르면 이같은 대외적인 입장과 달리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핑크가 현재 인수계획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핑크는 CS의 투자은행사업부문인 퍼스트보스턴에서 일한 경험도 있다.
양사 사업부문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있다.
블랙록은 오랫동안 CS의 투자은행 부문 최대 고객이다. 특히 채권 트레이딩 부문에서 CS와 오래 했다. 블랙록이 CS 자산운용 부문, 특히 미 투자은행 부문을 인수하면 외주 없이 블랙록 안에서 채권 투자가 가능해진다.
UBS가 유리
그러나 스위스중앙은행인 스위스국립은행(SNB)과 스위스금융청(FINMA) 등 스위스 금융감독당국이 UBS와 CS를 협상 테이블에 앉힌 데서 보듯 스위스 정부와 금융당국은 블랙록 대신 자국 은행인 UBS가 CS 자산을 인수하기를 원하고 있다.
UBS와 CS는 본사끼리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다. 스위스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 돈이 스위스를 빠져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자국 은행인 UBS가 이를 인수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사업부문 일부 매각으로 가닥 정리
당초 UBS가 CS를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업 부문 일부를 매각하는 것으로 가닥이 정리되고 있다.
CS 최대 주주 가운데 한 곳인 에토스재단도 예금·모기지(주택담보대출)·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CS가 스위스 국내부문과 해외부문을 분리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에토스 최고경영자(CEO) 빈센트 카우프만은 "과감한 행동이 필요하다"면서 "스위스 지점을 완전히 분리해야 한다. 이를 고립시켜 (은행위기가) 전염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에토스는 스위스 연기금과 기관투자가들을 대표하는 곳으로 CS 지분 5%를 갖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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