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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뱅크런' 韓도 예외 아니다…전문가들 "예금 보호 한도 상향해야"

뉴스1

입력 2023.03.19 06:33

수정 2023.03.19 06:33

SVB 파산 시각물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SVB 파산 시각물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40년 된 미국 은행이 문을 닫는 데는 단 36시간이면 충분했다. 이 은행의 초고속 파산의 원인으로는 스마트폰을 통한 예금 인출이 꼽혔다. 금융권 디지털화가 편의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효용이 있는 반면, 유사시엔 '폰 뱅크런'을 부르며 파산을 촉진한 것이다.

한국은 정보기술(IT) 강국으로 꼽히는 만큼 국내 금융권의 경각심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예금자 보호 한도를 상향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폰 뱅크런이 금융소비자의 공포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내 예금은 안전하다'는 신뢰가 필요하단 이유에서다.

◇"SVB 파산 사태 부른 '폰 뱅크런'…SNS 정보 확산으로 촉발"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SVB 파산을 부른 건 '폰 뱅크런' 영향이 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악재성 정보가 삽시간에 퍼졌고, 예금주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예금을 대거 인출했다.
은행 앞에 줄을 서 예금인출을 하던 과거와 달리 모든 과정이 몇 번의 클릭으로 이뤄진 셈이다.

한국은 내로라하는 IT강국으로, 모바일 뱅킹 역시 급속도로 발전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 뱅킹 포함 인터넷 뱅킹 등록 고객 수는 2억704만명으로, 전년 대비 8.5% 증가했다. 모바일 뱅킹 등록 고객 수는 1년 새 8.6% 증가해 1억9426만명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뱅킹 등록 고객 수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0% 넘는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인터넷 뱅킹 이용실적 중 모바일 뱅킹이 차지하는 비중은 건수로는 85.4%, 금액으로는 18.6%를 기록했다. 지난해 입출금·자금 이체 서비스 이용 비중은 모바일 뱅킹을 포함한 인터넷 뱅킹 비중이 77.7%에 달했고, 창구 이용 비중은 5.5%에 그쳤다.

'폰 뱅크런' 단순히 은행 부실 문제만이 아닌 SNS를 통해 퍼진 악재성 정보만으로도 촉발될 수 있어 더욱 위험하다. 이번 SVB 파산 사태 역시 SVB 위기설이 실리콘밸리에서 많이 사용하는 사무용 메신저 슬랙에서 퍼졌고, 스타트업 리더들이 경쟁적으로 온라인을 이용해 자금 인출에 나서며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주요 외신들은 이번 SVB 파산 사태는 "소셜미디어가 촉발한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디지털 금융혁신으로 전통적인 뱅크런보다 더 빠르고 조용하게 대규모 예금이 빠져나가는 '디지털 뱅크런'이 현실화한 것이다. 앞서 국내 정책금융기관에서도 이런 위험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 2020년 예금보험공사는 '금융의 디지털화 확산에 따른 금융회사의 유동성리스크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디지털 뱅크런 발생 가능성이 대두된 만큼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SVB 사태는 금융 소비자들이 앉은 자리에서도 스마트폰을 이용해 예금 인출을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의 취약성이 드러난 것"이라며 "모바일 뱅킹이 편리한 장점이 있었던 반면 파산을 촉진하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22년 대비 국민 총소득 5배 성장…예금 보호 한도 상향해야"

한국에서도 '폰 뱅크런'이 일어날 수 있단 경계감이 커지며 예금자 보호 한도를 상향해야 한다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현재 한국의 예금자 보호 한도는 지난 2001년 이후 22년째 5000만원에 머물러 있다. 그간 국민 소득이나 자산 규모가 늘어난 걸 감안했을 때, 예금자 보호 한도 역시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기도 하다.

실제 예금보험공사가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5000만원을 초과하는 예금은 2017년 말에는 724조3000억원에서 작년 6월에는 1152조7000억원(65.7%)까지 늘어났다.

주요 선진국의 예금자 보호 한도와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미국은 25만 달러(약 3억3000만 원), 영국 8만5000파운드(약 1억3000만 원), 일본은 1000만 엔(약 9700만 원) 등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예금자보호 제도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 안건 등을 검토 중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역시 최근 SVB 파산 사태 이후 금융위에 예금보험공사와 뱅크런 발생 시 금융사의 예금 전액을 정부가 지급 보장하는 방안과 관련한 제도적 근거와 시행 절차를 살펴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1인당 국민 총소득이 3만달러 정도 되고 미국은 6만달러가 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예금자 보호 한도도 절반 정도에는 미쳐야 한다"며 "미국이 약 3억3000만원을 보장해준다면 한국이 최소 1억5000만원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 스마트폰 보급률 전 세계 1위인데 미국 은행보다도 더 빠른 '폰 뱅크런'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며 "20여 년 전보다 현재 국민 소득이 5배 가까이 성장했는데, 예금자 보호 한도 역시 그것에 맞게 상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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