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국민동의청원, 새 정부 들어 급증... 10건 중 9건은 기약 없어

박지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20 10:35

수정 2023.03.21 10:51

국회 거쳐야 공개되는 국민동의청원신청 급증
동의 충족해도 국회 심사 여부따라 공개 시점 미지수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일부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일부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국회 국민동의청원 신청이 전년 대비 약 4배가량 늘었지만 10건 중 9건은 국회 계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 의견을 공개 표출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매달 500건 넘는 청원이 접수되고 있지만 시민단체에선 "국회가 무응답으로 일관한다"며 입을 모은다.

새 정부 들어 청원 8배 ↑
20일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동의청원 접수 건수는 5724건으로 전년도 접수 건수(1547건)의 3.7배에 달했다. 국민동의청원 제도가 처음 시행된 2020년(1423건)보다도 약 4배 많았다. 국민동의청원은 청원 등록 뒤 30일 이내에 100명 찬성을 받으면 홈페이지에 내용이 공개된다. 이후 30일 내 5만명의 동의를 얻을 경우 국회 소관 상임위로 자동 회부, 이후 심사를 거쳐 본회의로 올라간다.


국민동의청원에 시민 수요가 몰리기 시작한 건 지난해 5월 청와대 국민청원이 폐지된 직후다. 지난해 4월 100건 남짓이던 청원 건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폐지된 5월(856건) 전 달 대비 8배 급증했다. 그 뒤로도 6월(1030건), 7월(865건), 8월(605건) 등 접수 건수는 매달 500건을 웃돌았다.

지난해 국민동의청원에 참여했던 자영업자 A씨는 "힘 없는 시민들이 사연을 하소연하고 관심을 끌만한 곳은 국민동의청원 밖에 없다고 생각해 커뮤니티 등에 링크 등을 공유하면서 참여를 독려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가 신설한 '국민제안'의 경우 "불필요한 갈등을 막는다"는 취지에서 청원 내용을 비공개하고 있다.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민동의청원제도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민동의청원제도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열에 아홉은 계류...시민단체 "보완 필요"
'5만명 동의' 문턱을 넘는 청원도 국회에서 논의되기란 사실상 어렵다. 동의 기준을 충족해 국회로 넘어간 청원 중 90%는 수년째 상임위에 계류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법에 따르면 '장기간 심사가 필요한' 청원은 심사를 사실상 무기한 늦출 수 있다. 이에 지난달 말까지 21대 국회에서 상임위로 올라온 54건 중 처리된 안건은 단 5건에 그쳤다. 49건은 국회에서 기약 없는 기다림 중이다.

간호 인력 관련 의료연대 등에서 낸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 축소' 청원도 동의 요건을 달성한 지 1년 5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국회 계류 중이다. 2021년 6월 국회로 넘어간 '차별금지법 제정' 관련 청원의 경우 심사기한을 21대 국회 마지막 날인 2024년 5월로 미루겠다고 못 박은 상태다.

이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국민동의청원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선영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는 "제출된 청원에 대해 국회가 아무런 피드백을 주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의견을 내는 청원인 입장에서도 국회의 무응답에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데에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이어 "무기한 연장을 가능토록 한 독소조항을 없애야 한다는 청원을 내고 있지만 이마저도 국회서 계류 중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도 "5만 동의 성립 이후 국회 논의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21대 국회 초반에 성립된 뒤 논의 기한이 내년으로 밀린 차별금지법 청원에 대해 당장의 논의를 요구할 수 있는 어떠한 방법도 현재로선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회사무처는 "국회에 청원이 접수되면 위원회 회부 뒤 위원회 전체회의 상정, 검토보고, 대체토론 등의 심사절차를 거치게 된다"며 "이러한 심사를 통해 청원에 대한 논의 및 의견수렴을 거치므로 아무런 피드백이 없다는 건 현실과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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