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SVB 사태'가 우리에게 던진 교훈…"불안한 메기보다 메가뱅크"

김나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20 06:10

수정 2023.03.20 11:58

서울 시내의 시중은행 ATM기기의 모습. /뉴시스
서울 시내의 시중은행 ATM기기의 모습. /뉴시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제3차 회의'에서 은행권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한 건전성 제도 정비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제3차 회의'에서 은행권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한 건전성 제도 정비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파이낸셜뉴스]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인한 유동성·수익성 악화로 문을 닫은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사태가 국내 금융권 화두를 바꾸고 있다. 당국의 은행권 과점체제 논의가 기득권 해체에서 금융안정으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어서다. 검증이 안 된 신규 플레이어로 '무리한 혁신'을 하기보다는 메가뱅크의 건전성을 높이고 예금·대출 비교플랫폼을 통해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이다. 이와 함께 예금 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하는 방안 등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논의가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당국은 "아직 논의 초기 단계"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결국 '금융안정'과 '소비자 보호'가 변별기준이 될 것이라고 시사했다.

SVB사태 교훈은 '금융안정·소비자보호'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SVB 사태 이후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는 금융안정과 소비자 보호의 두 축으로 논의의 물줄기가 잡히고 있다.

이는 김소영 부위원장이 지난 2일 1차 실무작업반 논의에서 "국민효용 증진, 즉 은행권 경쟁 촉진과 함께 금융안정,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과제의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은행권 상품비교 플랫폼+예금자 보호한도 1억 급부상

특히 은행권 경쟁촉진 방안으로 은행권 예금비교 플랫폼, 대환대출 플랫폼이 급부상하고 있다. 복수의 금융당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TF 다음 회의에서는 예금비교 플랫폼 도입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시중은행 간 예금상품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해서 자연스럽게 예금금리 인하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대출상품 금리 등을 비교해서 갈아탈 수 있도록 한 대환대출플랫폼은 주택담보대출까지 확대를 추진한다. 주담대는 은행마다 담보산정방식, 분할상환기간 선택 폭이 다양해 대환대출플랫폼 대상에서는 논의가 제외됐지만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당국 관계자는 "대출금 규모가 큰 주담대까지 원스톱 대환대출이 적용되면 은행권 내 경쟁촉진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며 "결국 경쟁촉진에 실효성이 있는 방안이 선택될 가능성이 크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예금자 보호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높이는 것 또한 은행권 경쟁촉진의 차원에서도 논의가 탄력을 받은 전망이다. 한도를 높이면 상대적으로 예적금 금리가 높은 2금융권으로 돈을 옮기는 머니무브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소비자 보호뿐 아니라 1·2금융권간 금리인하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카드로 거론되고 있다.

스몰라이선스·종합지급결제, 건전성·입법 리스크 해소 관건

실제 SVB 사태로 은행권 경쟁촉진 방안을 변별하는 데 건전성 관리가 떠오르고 있다. 금리인상기의 후폭풍이 SVB는 물론 전 금융권에 영향을 주는 만큼 스몰라이선스 등 신규 은행 도입이나 은행권-비은행권간 경쟁 촉진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보다 건전성·유동성 관리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고위험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상업금융이 전체 여신의 52.4%를 차지했던 SVB처럼 특정 여신에 주력하는 특화은행이 기존 은행보다 더 높은 건전성을 확보해야 공감대가 확실히 생겼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SVB 사태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특화은행 도입에 앞서 건전성 리스크를 가장 유념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의 전례로 과점 체제 해소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SVB사태 터지며 국내 메가뱅크 체제는 더욱 공고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스몰라이선스 등 특화은행 자체가 은행 간 수신 경쟁을 심화해 건전성 리스크를 키울 것이라는 금융연구원의 전망도 나왔다.

금융위원회가 금융연구원과 보험연구원에 연구를 의뢰한 ‘스몰라이선스 도입 및 부수·겸영·업무위탁 등 금융사 업무범위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수신·지급결제를 주로 수행하는 지급결제전문은행의 소액지급결제 서비스는 종합지급결제업 등 전자금융업자의 업무와 중복돼 소비자 편익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오히려 지급결제전문은행 도입시 은행 등 예금수취기관의 수신 경쟁이 심화해 거시건전성 리스크가 잠재적으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증권·카드·보험사에 지급결제를 허용하는 방안 역시 지급결제 시스템 리스크 관리와 금융안정의 관점에서 메리트보다는 불안 요인이 부각되고 있다. 스몰라이선스는 은행법 개정, 지급결제 허용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사안이라 국회에서 언제 통과될지 모르는 '입법 리스크'도 있다.

당국, 혁신+금융안정 '두 마리 토끼' 고심.. 업계도 아직 신중

다만 당국에서는 "아직 TF 논의 초기라 정해진 건 없다"며 혁신과 금융안정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최적의 방안'을 고심 중이다.

당국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챌린저 뱅크, 스몰라이선스라고 해서 모두 편중된 사업구조를 갖고 있는 건 아니다"라며 "건전성 규제 감독이나 리스크 관리가 실효성 있게 이뤄진다면 경쟁촉진과 배치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책임있는 혁신이 중요하다. 건전성 관리나 규제·감독체계가 없는 혁신은 문제가 생긴다는 게 경험적 진리"라며 "은행권 혁신과 건전성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방안을 보고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도 섣불리 움직이기보다는 "하던 걸 잘하자"라며 신중한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TF 논의도 워낙 초기 단계라서 어떤 쪽이 더 유력하다고 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늘어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연체율이나 기업 대출규모 등을 생각하면 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라며 일단 건전성 관리부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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