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9월부터 수술실 CCTV 의무화…"환자가 모르면 그만" 실효성 논란

뉴스1

입력 2023.03.19 11:36

수정 2023.03.19 14:58

2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수술실에서 병원관계자들이 CCTV를 점검하고 있다. 2021.8.23/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2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수술실에서 병원관계자들이 CCTV를 점검하고 있다. 2021.8.23/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임시회관에서 열린 '수술실 CCTV 설치 강제화 규탄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9.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임시회관에서 열린 '수술실 CCTV 설치 강제화 규탄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9.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오는 9월 25일부터 수술실 내부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하면 수술 장면을 촬영할 수 있는 의료법 개정안이 시행되지만 벌써 실효성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요청을 받아들이는 의료계 의지에 달렸는데, 의료계가 시행 자체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7일 '의료기관 수술실 CCTV 설치 및 운영 방안'을 포함한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구체적으로 △설치기준·촬영 범위 △촬영 요청 절차 △촬영 거부 사유 △녹음요청 △영상의 안전성 확보 조치 △영상의 열람·제공 절차 △영상정보 보관기준 등이 담겼다.

우선 병원은 환자나 보호자에게 "전신마취 등 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장면을 촬영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환자가 알 수 있도록 안내문을 게시하는 등의 설명, 안내를 해야 한다. 이후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하면 마취가 시작될 때부터 환자가 수술실을 나갈 때 까지 촬영할 수 있다.

이런 내용은 기존 법에도 명시됐으나, 촬영 요청을 의료인이 거부할 수 있는 사유는 이번 시행규칙에서 구체화했다. 응급의료법에 따른 응급환자 수술, 생명에 위협이 되거나 신체기능의 장애를 초래하는 질환자의 수술,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에서 정하는 전문진료질병군 수술을 하는 경우가 담겼다.

아울러 지도전문의가 전공의 수련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다만 판단 이유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수술 직전 촬영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시점에 촬영을 요청한 경우, 천재지변·통신 장애·사이버 공격 등 불가항력적 사유로 인해 촬영이 불가능한 경우 등이 포함됐다.

촬영과 별도로 녹음도 요청할 수 있으나 녹음은 수술에 참여하는 모두의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촬영 또는 녹음까지 된 영상은 수사기관 및 법원,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서를 제출하면 촬영된 모든 이의 동의를 받고 볼 수 있다.

동의하지 않으면 볼 수 없다는 의미로, 동의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병원이 열람을 요청한 사람에게 알려야 한다. 이밖에 병원은 촬영된 영상의 분실 및 유출을 막도록 관리계획을 세우고 저장장치를 분리하는 등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가 규정됐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행위고, 필수 의료를 수행하는 의사에게 수술 시 부담이 가중되고 진료활동을 위축시킨다"며 "아무리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더라도 영상의 도난·분실·유출 등의 위험을 막을 수 없다"고 반대하고 있다.

반면 복지부는 영상을 유출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 법에 있고 시행된 뒤 관리·감독 책임은 병원에 있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논의를 거쳐 공익을 위해 법안이 통과됐다"며 "의료계와의 협의로 하위법령에 최대한 안전장치를 넣었다"고 말했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의료사고 증명 책임 명확화, 대리 수술 등 불법행위 감시, 안전하게 수술받을 환자의 권리 등을 이유로 마련됐다. 환자단체와 시민단체는 현재 의료계 입장을 봐서는 수술실 CCTV가 시행 초기, 설치가 돼 있더라도 실제 촬영, 열람까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회정책국장은 "복지부가 관련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 내용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맡길 당시 환자단체,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관련된 논의를 이어간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수술실에 CCTV가 설치된 사례가 있지만 병원 필요에 의해 쓰고 환자는 못 쓰는 문제가 있었다. 설치 의무화가 환자 권리 보장 차원에서 의미는 있지만 여전히 촬영은 의료계 의지에 달렸고 의료기관이 얼마든 회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관리, 감독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