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환경

[영상] "샤워는 5일에 1번, 단수가 지역소멸 부추겨"

뉴스1

입력 2023.03.19 12:01

수정 2023.03.19 12:01

저수율이 15%에 불과한 전남 완도 보길도의 보길저수지 수위가 낮아져서 바싹 말라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저수율이 15%에 불과한 전남 완도 보길도의 보길저수지 수위가 낮아져서 바싹 말라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환경부가 보길도에 건설 중인 '지하 인공 댐' 저류댐 모습 ⓒ 뉴스1 황덕현 기자
환경부가 보길도에 건설 중인 '지하 인공 댐' 저류댐 모습 ⓒ 뉴스1 황덕현 기자





(목포·완도=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나흘 참고 이틀 동안 물을 받다가…(지난해 11월부터) 단수가 엿새로 늘어나니까 씻는 것도 포기했습니다. 용변은 한번에 모아서 비우고, 4~5일에 1번 샤워합니다."

지난 15일 전남 완도 보길도에서 만난 70대 조모씨는 가뭄 상황에 대해 이렇게 하소연했다. 지난해 봄부터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남부 지방 가뭄 상황은 심각했다.
단수가 5개월 가량 지속되고 있어서 정상적인 사회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다.

낮 기온이 20도 안팎을 오가는 따뜻한 날씨에 조씨 얼굴은 땀으로 젖었다. 그는 일회용 물티슈로 얼굴을 닦으며 "거의 1년째 이렇게 세수한다. 몸을 닦은 티슈를 빨아서 바닥에 깔린 모래 먼지를 닦고 버린다"며 극악한 단수 상황을 설명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정기월씨(62)도 어려움이 많다. 손님에게 줄 물이야 생수를 구입해 쓴다지만 음식을 만들 때나 설거지할 때, 청소에 쓰는 물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씨는 "뒷마당에 5톤 물통을 5개나 사서 구비해놨다. 모터 설치까지 포함해서 개당 100만원 이상 들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지속될 가뭄에 막막함이 앞선다. 경제성과 인구 소멸 등의 이유로 광역 상수도가 들어오지 못한 곳이 때문에 단수 상황은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상태인데, 이게 다시 지역 소멸로 이어질 판이다. 지역 주민 A씨는 "한참 뛰어놀고 온 아이들이 샤워를 제대로 못 하는 형편이니 몇 없는 학부모들의 고심이 크다. 아동·청소년 건강을 위해서 뭍으로 나가려는 이들이 있다"고 했다.

8000명의 주민이 사는 보길도·노화도에는 보길저수지가 유일한 용수원이다. 이곳 저수율은 올해 3월6일 기준 15%(6만5100㎥)에 불과하다. 비가 더 오지 않을 경우 1달(30일)을 버티기도 역부족이다.

실제 보길저수지는 일부에서 바닥이 드러날 만큼 수위가 낮아진 상태였다. 저수지 바닥이 드러난 부분의 흙은 바삭바삭하게 말라서 바람이 불면 흙먼지가 날렸다.

이런 상황을 다소나마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게 '저류댐'이다. 저류댐은 땅 속 깊은 곳에 물막이 벽을 설치한 뒤 지하수를 모으는 일종의 '지하 인공 댐'이다. 지하수저류댐은 지상 댐과 달리 증발이 일어나지 않아 물 손실이 거의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 댐 설치로 인한 수몰지역이 발생하지 않고 범람이나 붕괴 위험이 없이 연중 일정한 수량을 확보할 수 있다.

환경부는 섬 지역 가뭄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보길도를 비롯해 인천 옹진군 대이작도, 전남 영광 안마도 등에 저류댐을 짓고 있다. 보길도 현장을 총괄 책임지는 이영목 한국수자원공사 영·섬사업 계획처장은 "저류댐을 활용해 하루 500㎥ 가량의 물을 공급할 수 있다. 당장 비가 오지 않더라도 지하로 흐르는 물의 양은 일정한 편이기 때문에 비가 오지 않더라도 지속해서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역 주민들은 저류댐은 보조 방편일 뿐 보다 적극적인 상수도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총사업비 68억원이 소요된 보길도 저류댐은 하루 500㎥를 생산하는데, 8000명 주민에게 62.5리터씩 배분된다.
2021년 기준 국가지표체계 1인당 물사용량(302리터)과 비교하면 증발량을 제외하더라도 20%가량에 불과해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김종덕 보길면 노인회장(74)은 "보길도를 포함해 도서 지역에는 광역 상수도가 깔리지 않은 곳이 많다.
섬 주민의 생존 기반이자 숙원 사업인 광역 상수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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