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지난해 '테라 사태', 'FTX 사태' 등을 거치며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이 긴 하락장을 겪었음에도 불구, 국내 원화마켓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꾸준히 인력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상 의무 이행 사항인 자금세탁방지(AML) 관련 인력을 더 늘린 것으로 파악돼 가상자산 업계가 제도권에 점차 편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22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지난해 하반기 가상자산 거래업자(거래소) 종사자 수는 총 2093명으로, 같은 해 상반기 대비 48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거래소 별로는 원화와 가상자산 간 거래를 지원하는 '원화마켓' 거래소의 종사자 수가 코인마켓 거래소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인마켓 거래소는 은행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을 확보하지 못해 가상자산 간 거래만 지원하는 거래소를 말한다.
지난해 하반기 원화마켓 거래소의 평균 종사자 수는 272명으로, 같은 해 상반기 대비 12명이 증가했다. 코인마켓 거래소의 평균 종사자 수는 33명으로, 같은 해 상반기 대비 오히려 3명이 줄었다.
시가총액 규모로 추정한 원화마켓 거래소들의 시장 점유율은 97% 가량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인력 면에서도 원화마켓 거래소와 코인마켓 거래소 간 차이가 극명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목할만한 점은 자금세탁방지(AML) 업무 관련 인원이 늘었다는 점이다. 전체 가상자산 거래소의 AML 업무 관련 인력은 총 298명으로, 같은 해 상반기 대비 32명이 증가했다. 단, 늘어난 32명에는 상반기 실태조사 당시 포함되지 않은 1개사의 인원 3명이 포함됐다.
원화마켓 거래소의 AML 인력 평균 종사자 수는 29명으로, 같은 해 상반기보다 4명이 늘었다. 늘어난 인원 12명 중 3분의1인 4명이 AML 관련 인력이었다는 의미다. 거래소들이 AML 인력 충원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다.
반면 코인마켓 거래소의 AML 인력 평균 종사자 수는 7명으로, 상반기와 동일했다.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상대적으로 AML 인력을 충원할 재정적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이처럼 AML 인력 충원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AML이 특금법 상 주요 의무이기 때문이다.
특히 원화마켓 거래소가 되기 위한 요건인 '은행 실명계좌'를 유지하는 데 있어 AML은 핵심 요소로 꼽힌다. 은행들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자금세탁 위험을 평가해 실명계좌 여부를 결정한다. 이 때 AML 관련 인력의 인원 수는 위험 평가의 핵심 기준이다.
이미 계좌를 내준 은행들도 재계약 시즌마다 주기적으로 자금세탁 위험 평가를 다시 실시한다. 이 때문에 원화마켓 거래소들도 꾸준히 AML 인력을 영입하고 있다. 일례로 카카오뱅크와 실명계좌 제휴를 맺은 코인원은 지난해 하반기 외국계 은행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경력자를 AML 실장으로 영입하고, AML 센터 규모를 대폭 늘렸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주요 거래소들은 주기적으로 임직원 대상 AML 교육을 실시하고, 담당자를 꾸준히 영입하고 있다"며 "채용 사이트만 봐도 가상자산 거래소 채용공고의 대다수가 AML 관련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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