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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노사 '공멸' 막을 합리적 최저임금안 도출하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19 18:08

수정 2023.03.19 18:08

사상 처음 1만원 돌파 예상
업종별 구분 적용 결론내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8회 국무회의 중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강조하는 내용의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8회 국무회의 중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강조하는 내용의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저임금법에 따라 고용노동부 장관이 오는 31일까지 최저임금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하면서 매년 되풀이되는 최저임금 공방이 올해도 본격화될 모양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둘러싸고 노사 간 한바탕 드잡이질이 예상된다. 윤석열 정부가 근로시간제 개편과 노동조합 회계투명성 제고 등 노동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어 노조의 반발이 절정에 달한 시기와 최저임금 논의가 맞물려 있어서다.

더구나 올해 최저임금 논의는 어느 해보다 관전 포인트가 많다. 최저임금이 사상 첫 1만원대를 기록하느냐에 모든 관심이 쏠려 있다.
여러 정황상 올해 최저임금위 논의 과정에서 1만원대를 찍을 것이냐를 놓고 뜨거운 공방이 불가피하다. 고금리와 고물가 영향으로 실질임금은 하락 추세여서 주요 경제지표상 최저임금 인상률을 높게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을 것이다. 이번 논의에서 인상률이 3.95% 이상이 되면 1만원을 돌파하게 된다. 지난해 9160원(5.05%), 올해 9620원(5.0%)이었던 최저임금 적용 추세를 보면 짐작이 간다.

최저임금은 노사 간 임금 결정에 국가가 개입해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는 게 취지다. 근로자의 최저생계가 무너지지 않고, 존엄성을 지키도록 국가가 나서는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단기간에 빨라 사용자 부담 역시 높아진 게 사실이다. 사측은 경제 상황과 기업 경영여건이 악화되는 점에 견줘 최저임금 인상속도가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주장한다.

올해 최저임금 논의에선 인상률과 함께 그동안 미뤄왔던 구조적 문제를 함께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차등) 적용 여부와 생계비 적용방법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최저임금위 공익위원들은 고용부에 두 사안의 심의에 필요한 기초자료 연구를 이번 최저임금 심의 요청일까지 제출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업종별·지역별로 최저임금을 달리하는 문제는 이번 최저임금위에서 최우선적으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수도권에 비해 매출이 적은 지방의 자영업자들은 균일하게 최저임금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자발적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다. 매년 경영계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최저임금안 때문에 업종 간, 지역 간 차등을 두는 방안을 도입해달라고 하소연해왔음에도 논의하는 시늉만 한 채 공회전만 거듭해왔다.

더구나 올해 정부의 노동개혁에 대한 반작용으로 노사갈등이 극에 달할 전망인 데다 내년 총선일정까지 잡혀 있다. 표심에 휘둘려 최저임금은 1만원을 돌파하고 업종별 구분적용은 또 뒷전으로 밀리는 최악의 협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글로벌 저성장, 미국과 중국의 경제패권이 치열한 가운데 우리나라 노동시장 경직성은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극한 대립의 치킨게임으로 치달으면 사용자와 노동자가 공멸하기 십상이다.
우리나라 경제현실을 직시한 합리적인 최저임금 협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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