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 목표는 무엇인가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19 18:08

수정 2023.03.19 19:18

지난해 11월 스웨덴에서 한국의 저출산 해법을 찾기 위해 가족정책을 직접 운용하는 한 부처의 고위인사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스웨덴의 가족정책(부모보험)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남녀 육아휴직(부모휴가)'이고, 다른 하나는 부모가 '아픈 아이 직접 돌보기(VAB)'이다. VAB는 놀라운 제도다. 아이는 정말 자주 아프고, 일하는 부모는 아이가 아플 때 가장 진땀을 흘린다. 아픈 아이를 어린이집·유치원에 보낼 수 없기 때문에 1년에 15~20일 남짓한 연차를 직장 눈치를 보면서 쓰거나 조부모, 시터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일하는 부모가 VAB를 '연차 이외에' 1년에 최소 10일만 더 쓸 수 있다면 정말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데 숨통이 트일 거다.
스웨덴은 VAB를 매년 최대 120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스웨덴은 왜 VAB를 도입했을까. 돌아온 답은 "워킹맘의 커리어를 유지하기 위한 제도"였다. 스웨덴은 VAB를 지난 1974년 도입했는데, 이 제도를 설계한 정책당국자는 일하는 엄마가 커리어를 포기하는 결정적 이유가 무엇인지 1970년대에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 스웨덴이 복지정책을 지탱할 세금을 낼 여성 노동자가 필요했고, 가정주부를 사회로 이끌어내기 위해 성 평등적 가족정책이 실행된 배경도 있다.

우리가 눈여겨볼 점은 제도의 목표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VAB는 도입 약 50년이 되면서 스웨덴의 출산율이 1.6~1.8명 사이를 유지하는 핵심 가족정책으로 자리매김했다.
스웨덴 정부는 약 50년에 달하는 VAB 운용 데이터를 보고서로 만들었다. 윤석열 정부의 저출산대책이 발표되기도 전에 젊은 세대가 냉소하는 이유는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이 헛도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여당과 정부 설명대로 바쁠 때 주 최대 69시간까지 일하고 한가할 때 장기휴가를 갈 수 있는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의 목표는 무엇인가. 정말 근로자의 공짜노동을 막고 건강권을 챙겨주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기업 생산성을 주당 근로시간 틀을 허물어 높여보자는 것인가. 당정은 '네 탓'보다 명확한 정책목표부터 제시해서 똑똑한 국민을 설득하길 바란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정치부 기자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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