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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행정기본법, 나를 보호하는 법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19 18:09

수정 2023.03.19 18:09

[특별기고] 행정기본법, 나를 보호하는 법
묘호에 '이룰 성(成)'자를 쓰는 조선 제9대 왕 성종(成宗)은 조선의 통치제도와 법체계를 완성한 왕이다. 조선시대 최고의 법전인 경국대전도 그의 재위기간에 완성되었다.

지난 2021년 3월 우리나라 행정의 원칙과 기준을 세우는 행정기본법이 제정됐다. 일반법이 없었던 행정법 분야에 기본법전이 생긴 것이니 경국대전이 완성된 것에 비할 만하다. 이 나라 최초의 단일 행정 실체법으로, 세계적인 모범 입법사례로 꼽힌다.

3월 24일부터는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이른바 행정기본법상 3대 국민 권리구제 제도가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된다.
바로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 제재처분의 제척기간, 처분의 재심사 제도다.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은 행정청이 한 처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신청권을 부여한 제도다. 행정청에는 이의신청된 처분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다시 검토함으로써 스스로 시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국민은 이를 통해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개별법에 이의신청에 관한 규정이 없더라도 행정기본법에 근거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게 되어 앞으로 국민의 권익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제재처분의 제척기간'은 법 위반행위를 한 후 5년이 지나면 행정청이 그 위반행위를 이유로 인허가의 정지나 취소 등 일정한 제재처분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다.

말하자면 형법의 공소시효와 비슷한 취지인데, 행정청이 장기간 제재처분을 하지 않아 발생한 법률관계의 불안정한 상태를 신속하게 확정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보호하고 행정의 법적 안정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처분의 재심사'는 판결에 대한 재심제도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 제기기간이 지나 처분을 더 이상 다툴 수 없게 된 경우에도 처분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나 법률관계가 당사자에게 유리하게 바뀌는 등의 사정이 발생하면 행정청에 처분의 취소·철회나 변경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다.

종전에는 행정청이 직접 처분을 취소하지 않는 한 바로잡을 방법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처분의 재심사 제도를 통해 적극적으로 다툴 수 있게 되었다. 위 세 가지 제도는 모두 위법하거나 부당한 처분으로 침해당한 국민의 권리를 구제할 기회가 확대되었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앞으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은 오래전의 법 위반행위로 언제 영업정지나 취소처분을 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부당한 처분에 억울함을 느끼는 국민들은 침해된 권리를 회복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행정청은 행정청대로 행정의 원칙과 기준을 엄격하게 지키고, 처분에 관한 여러 사정을 한 번 더 따져보고 신중하게 처분하게 될 것이다.

행정이 국민 생활과 기업 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행정이 위법하거나 부당하게 이루어지면 그에 따른 부정적 파급효과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행정의 원칙과 기본이 되는 행정기본법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앞으로 시행될 행정기본법의 3대 국민 권리구제 제도가 우리 행정에 헌법 가치와 실질적 법치주의를 구현하는 삼두마차가 되어 행정의 적법성과 민주성을 높이고 국민의 권익을 두텁게 보호하는 데 이바지하기를 기대한다.

이완규 법제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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