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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하지만 다르게… 자산운용사들, 펀드 상품 ‘차별화’로 승부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19 18:24

수정 2023.03.19 18:24

한투운용, 金현물 투자하는 ETF
매달 배당금 해외채권 ETF도
신한운용은 성과연동형 펀드 눈길
비슷하지만 다르게… 자산운용사들, 펀드 상품 ‘차별화’로 승부
자산운용사들이 펀드 시장에서 신규 테마를 찾기보다 차별점을 두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만들어가고 있다. 비어있는 투자자들의 선택지를 채워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삼성·미래에셋자산운용 다음 자리를 놓고 다투는 운용사들에서 주로 이 같은 움직임이 감지된다.

19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운용사들은 최근 비슷한 유형의 상품을 내놓으면서도 각기 다른 특징을 내세워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2021년 12월 선보인 상장지수펀드(ETF) 'ACE KRX금현물'이 대표적이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는 금·은 상품 7개 가운데 유일하게 선물이 아닌 현물에 투자한다.
롤오버(월물 교체) 비용을 피할 수 있고 선물·인버스 상품과 달리 퇴직연금 계좌에서 100% 투자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이달 14일 상장한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는 해외 채권투자 ETF 가운데 유일한 월 배당 상품이다. 미국 국채 및 관련 집합투자증권에 60% 이상 투자하도록 설계해 미국 장기국채 ETF 중 홀로 퇴직연금 100% 투자가 허용된다.

한화자산운용 ARIRANG KOFR금리도 비슷한 사례로 꼽힌다. 같은 날 NH-Amundi자산운용과 함께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를 추종하는 상품을 내놨으나 앞서 상장한 KODEX·TIGER 등 3개 상품과 구분됐다.

운용 전략에서 나홀로 패시브 전략을 취했고 합성이 아닌 현물 복제 방식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거래상대방의 부도·파산 등 신용위험을 회피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특히 위험등급을 6등급으로 판정받아 다른 상품(2·4등급) 대비 자본손실을 줄일 수 있단 점이 부각됐다.

공모펀드 시장에서는 국내 첫 성과연동형 상품이 나왔다. 신한자산운용이 설정한 신한얼리버드성과연동보수와 신한중소형주알파성과연동보수 2종이다. 말 그대로 운용을 잘 하면 보수를 더 받고 못 하면 받지 않는 구조다. 성과가 저조해도 일정 비용을 치러야 하는 기존 펀드들과 달리 운용책임을 강화한 점이 눈에 띈다.

이 같은 흐름은 삼성과 미래에셋 '양강'이 대부분의 지수나 테마를 장악한 상황에서 특색 없이 유사한 상품을 내놓을 경우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KB운용처럼 채권 ETF 라인업을 독보적으로 갖추거나 한화운용 같이 희토류·방산 등 신테마로 불릴 만한 분야를 발굴해 상품을 선보이기에는 부담이 크다.

올해 상장한 16개 ETF 가운데 테마형은 KODEX 아시아반도체공급망exChina액티브, ARIRANG K방산Fn 등 2개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시장 대표지수나 국공채 투자상품이다. 이런 마당에 투자자 선택을 받아 살아남으려면 기존 틀 안에서 비어있는 부분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김찬영 한국투자신탁운용 디지털ETF마케팅본부장은 "퇴직연금 계좌에서 투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한단 취지도 있으나 결국 투자자의 선택권을 넓히겠다는 것"이라며 "가령 금 선물이 아니라 현물 투자수요가 있을 텐데 공백으로 남은 부분을 채우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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