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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장벽’에 中 의존 높은 K배터리 혼란…"재활용 주목하라" [‘유럽판 IRA’ 국내 영향은]

원자재법·탄소중립법 초안
역외기업 차별조항 없다지만 입법과정서 내용 보완·추가 우려
EU 내 공장 신증설 요구할 수도
자동차 산업도 규제에 포함 가능
"배터리 원료 재활용 법 개정 예정... 한국 배터리 관련 기업들에겐 기회"
‘EU 장벽’에 中 의존 높은 K배터리 혼란…"재활용 주목하라" [‘유럽판 IRA’ 국내 영향은]
유럽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불리는 유럽연합(EU)의 핵심원자재법(CRMA)과 탄소중립산업법(NZIA) 초안과 관련, 배터리 핵심원료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배터리사들의 혼란과 비용 증가가 우려된다. 또 이 법이 향후 1~2년에 걸쳐 만들어지는 만큼 그 과정에서 유럽의 자국 산업 보호주의 강화에 따라 한국을 포함, 역외국가들에 보조금 지급의 반대급부로 EU 지역에 배터리·전기차 공장 신증설을 요구하는 수순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EU 내 전기차·배터리 공장 요구 우려

국내 대표적 통상전문가인 최석영 전 주 제네바대사(법무법인 광장 고문)는 19일 "핵심원자재법과 탄소중립산업법 초안은 미국 IRA와 달리 역외기업에 대한 직접적 차별조항이나 현지조달 요구 조건 등은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1~2년 진행될 입법 과정에서 수출기업 및 외국인투자기업에 차별적 부담을 지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주제네바 대사)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주제네바 대사)
이항구 자동차융합연구원장
이항구 자동차융합연구원장

이항구 한국자동차융합연구원 원장도 "현재 유럽 자동차 기업들이 미국 IRA와 같이 자국 전기차 산업에 대한 지원을 요구하고 있어 이와 관련된 내용이 보완, 추가 입법될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헝가리, 폴란드 등지에 진출한 국내 배터리사들은 물론 현대차·기아 역시 유럽 현지 공장을 신증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전환기 핵심 원자재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춰 안정적으로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유럽 구상이 강화되면 강화됐지 결코 약화되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유럽 시장에 들어가려면 유럽으로 '투자 보따리'를 싸들고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올해 7월부터 시행되는 역외 보조금 규제나 10월부터 적용되는 탄소국경조정세법이 이미 한국 기업들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中 의존도 낮추기…"부담이자 기회"
무협 정만기 상근 부회장. 무협 제공
무협 정만기 상근 부회장. 무협 제공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핵심원자재 비율을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는 점은 장기적으로 볼 때 중국에 집중된 공급 리스크를 분산시킬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EU 특유의 복잡하고 까다로운 규제들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이번 초안에 핵심원자재 공급과 관련된 데이터 요구가 포함돼 있어 배터리사들의 영업정보들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정 부회장은 이어 "이번 초안에는 자동차 산업이 빠져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EU 측에서 이에 국한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자동차 분야 역시 추가로 규제대상으로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철완 교수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박철완 교수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중국 원자재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국내 배터리사들이 수익성 측면에서 힘들 수 있다"면서도 "국내 배터리사들이 이미 유럽에 진출한 상황에서 EU가 내놓은 조건들을 만족하게 되면 근본적 체질개선이 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재활용 사업 주목해야"

EU가 핵심원자재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대안으로 주목한 방안은 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이다.

EU집행위원회의 CRMA 초안에는 △2030년까지 '제3 단일국'의 전략적 원자재(마그네슘, 중희토류, 코발트 등) 수입의존도를 EU 전체 소비량의 65% 미만으로 감소시키고 △EU 전략 원자재 채굴능력을 최소 10%, 제련능력 40%, 재활용능력 15%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는 점이 명시돼 있다. EU는 그러면서 "향후 전기전자폐기물법(WEEE) 개정을 통해 전자제품(배터리) 등에서 나오는 원료의 재활용·재사용을 위한 법령을 정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박태성 배터리산업협회 부회장.
박태성 배터리산업협회 부회장.

EU 자체가 배터리 기술이 앞서 있지는 않은 만큼 한국 배터리 관련 기업들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태성 배터리산업협회 부회장은 "현재 국내에는 사용후배터리 통합관리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라면서 "배터리 업계와 함께 사용후배터리 통합관리 체제를 확립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오는 6월 또는 7월까지 사용후배터리 통합관리 체제 관련 법 체제 정비와 인프라 구축 등을 수립하기 위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권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