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日대신 대만 향하는 쿠팡…글로벌 이커머스 확장 '플랜B'는

뉴시스

입력 2023.03.19 20:39

수정 2023.03.19 20:39

기사내용 요약
일본서 '퀵커머스' 선보인 쿠팡, 시범 사업 2년 만에 철수
대만에 '퀵커머스' 이어 '로켓배송' 선보이며 진출 본격화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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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쿠팡이 일본 진출 2년 만에 시범 서비스를 종료하고 현지 이커머스 사업에서 철수키로 하면서 새 글로벌 시장 확장 계획이 주목된다. 일본과 함께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던 대만 사업에 집중해 해외 사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19일 쿠팡에 따르면 쿠팡재팬은 2021년 6월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가 2년도 안 돼 철수를 결정했다. 그간 쿠팡재팬은 도쿄도 메구로구와 세타가야구 등 일부 지역에서 신선식품·생활용품을 빠르게 배송해주는 '퀵커머스' 형태로 현지 시장에 진출했는데 '로켓배송' 형태로 사업을 확장하지 못하고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비슷한 시기인 2021년 7월 쿠팡은 대만 시장에도 '퀵커머스' 시범 서비스를 선보이며 진출했다가 지난해 6월 쿠팡의 대표 서비스인 '로켓배송' 형태로 사업을 확장했다. 대만 현지 소비자들이 로켓직구를 통해 한국에서 판매 중인 수백만 가지 직구 제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쿠팡은 이번 일본 사업 철수와 관련해 "일본 테스트를 종료하고 지속 성장 중인 한국과 대만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같은 서비스로 일본과 대만에 진출했지만, 성적표가 다르게 나타난 배경은 일본의 특수한 시장 구조에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이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 비중은 8.1%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매 시장 온라인 침투율이 36% 이상인 것과 비교하면 일본 시장은 성장 가능성은 높아보였다.

그러나 2021년 쿠팡이 일본에 진출할 당시 '후발주자'로, 일각에선 시장 선점 가능성에 의문을 표했다. 일본 현지 시장에선 2010년 아마존이 현지 플랫폼인 라쿠텐을 제치고 1위에 올랐는데 아마존 재팬은 당일배송, 수령일 지정 서비스 등 배송 관련한 특화 서비스를 선보여 뒤늦게 뛰어든 쿠팡이 차별적 경쟁력을 내세우기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또 스마트폰과 인터넷 보급 확대로 전자상거래 이용자 수가 증가하고, 코로나19 이후 기존 대면 수령이 원칙이던 택배 문화가 비대면 소비 트렌드로 바뀌는 등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아직 폐쇄적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본은 새로운 서비스, 외국 기업을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은 시장"이라며 "그나마 쿠팡이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도쿄는 혁신성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이지만,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편의점이 더욱 발달해 웬만한 서비스는 편의점에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데다 빠른 배송에 대한 수요도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본은 통신 인프라, 스마트폰 보급률이 뒤쳐진 데다 이미 시장에 진출한 강자인 아마존, 라쿠텐이 꽉 잡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온라인 시장에선 선점 효과가 중요한데 기존 사업자를 뛰어넘는 가격, 품질, 서비스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쿠팡은 빠른 일본 철수 결단과 함께 대만 사업 집중을 택했다. 대만의 인터넷 이용률은 2020년 기준 89%로 높은 편이고 이커머스 시장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는 등 한국과 비슷한 구조를 갖췄다.

대만의 이커머스 시장 거래액은 2021년 204억9100만달러(약 29조2300억원)로 집계됐는데 2025년 281억1100만달러(약 40조9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또 한국처럼 인구 밀집도가 높다는 점도 대만 진출에 힘주는 이유 중 하나다. 대만의 인구 밀도는 ㎢당 673명으로 한국(515명)보다 높다. 여기에 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 한류 열풍이 거세지며 K콘텐츠를 비롯한 한국 제품에 대한 인기가 높다.

쿠팡은 대만에서 로켓배송 서비스를 490대만달러(약 2만2000원) 이상 주문하면 다음 날까지 상품을 무료로 배송해주는 방식을 채택했다. 490대만달러 미만 주문 시 배송비는 75대만달러(약 3300원)다.

대만 로켓배송 대상 상품은 분유와 기저귀, 물티슈 등 생필품과 식료품 수만 가지다. 쿠팡은 로켓배송 서비스를 위해 대만 북부 지역에 대형 물류센터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상품을 대만에서 구입할 수 있는 로켓직구 상품 수는 수백만 가지에 이른다.

업계에선 쿠팡이 대만을 넘어 해외 진출 계획에 관심을 쏟는다. 김대종 교수는 "우리나라 인구는 5000만 명에 불과해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쿠팡은 기업공개(IPO), 전략적 투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싱가포르 등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고, 쿠팡 플레이 등 새로운 사업 모델을 확대하려는 혁신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미국에 본사를 둔 쿠팡은 대만 뿐 아니라 중국·싱가포르에도 법인을 운영 중이다. 미국·중국 법인을 통해선 현지에서 소싱한 상품을 국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 중이다.

싱가포르에서도 현지 법인을 설립한 후 조직 체계를 갖추며 볼륨을 키우고 있다.
일각에선 싱가포르 법인을 교두보로 삼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내다보지만, 쿠팡 측은 현지 인력 확보를 위한 테크 조직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쿠팡은 해외 사업 실적을 따로 공개하지 않고 있고, 신사업인 쿠팡이츠·쿠팡페이·쿠팡플레이와 함께 묶어 발표하는데 지난해 신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성장한 8113억원(6억2802만달러)으로 집계됐다.
신사업의 연간 조정 에비타는 2901억원(2억2462만달러) 손실로, 전년과 비교해 손실 규모를 42%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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