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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업에도 눈치만"…건설사들, 공기 지연될까 '속앓이'[건설현장 불법 엄단]③

뉴시스

입력 2023.03.20 06:02

수정 2023.03.20 06:02

기사내용 요약
건설노조, '준법투쟁' 계속 VS 정부, 태업도 면허정치 '맞불'
건설업계, 공사 지연→입주 연기 '지체 보상금' 면제 필요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4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주택재개발 신축공사 현장을 방문해 타워크레인 운용 및 건설현장 점검을 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동대문구 한 주택재건축현장 모습. 2023.03.14.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4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주택재개발 신축공사 현장을 방문해 타워크레인 운용 및 건설현장 점검을 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동대문구 한 주택재건축현장 모습. 2023.03.14.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월례비를 매달 줄 때나, 지금이나 타워크레인 기사들한테 끌려다니는 건 마찬가지예요."

지난 17일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준법투쟁을 빌미로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태업을 벌이면서 공기가 지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전에는 계획된 공정을 끝내지 못하면 초과 근무 수당을 받고 작업을 했었는데, 지금은 타워크레인기사들이 모두 거부하고 있다"며 "공사가 지연돼 입주가 예상보다 늦어지면 지체 보상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속이 탄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월례비를 받은 타워크레인 기사의 면허를 정지하는 등 처벌을 강화하면서 전국 건설현장마다 몸살을 앓고 있다. 이달 1일부터 월례비를 받거나 공사 방해, 태업한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면허를 최장 1년간 정지하기로 하면서 이에 반발한 건설노조는 월례비를 받지 않고, 초과 근무·위험한 작업을 거부하는 등 일종의 '준법투쟁'에 나서고 있다.


월례비는 건설사가 타워크레인 기사에 급여 외에 별도로 지급하는 웃돈이다. 시공사로부터 월 500만∼1000만원의 월례비를 관행적으로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례비는 공기 단축과 위험한 작업에 대해 관행적으로 지급된 근로의 대가라는 게 건설노조의 설명이다.

건설노조는 주 52시간을 준수하고, ▲순간풍속이 초속 10m를 초과하는 바람이 불 때 작업 중지 ▲인양물이 명확히 보일 경우에만 작업 ▲인양물을 사람 위로 통과시키는 행위 금지 ▲ 땅속에 박혀있거나 불균형하게 매달린 인양물 인양 작업 금지 등 장시간·위험 작업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타워크레인 기사들의 태업과 작업 거부에 대해서도 면허정지 처분을 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국토교통부는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고의로 작업 속도를 늦추는 등 태업을 막기 위해 시내버스나 화물차 등에 부착하는 운행기록장치를 타워크레인에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운행기록계를 통해 조종사가 태업을 했다고 판단되면 자격정지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오는 31일까지 전국 693개 건설현장의 타워크레인 불법행위를 특별점검한다.

원희룡 장관은 "집단적인 결의로 태업을 하는 게 선을 넘었다고 판단되면 운행기록장치를 의무 장착하도록 하겠다"며 "어떤 혼란과 희생이 있더라도 불법적인 것을 뿌리 뽑는 강력한 장치를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타원크레인 기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타원크레인 기사 김모(43)씨는 "초속 17m 강풍에도 월례비를 받는다는 이유로 위험을 무릅쓰고 일해왔다"며 "이제는 월례비 안 받고 크레인 운영 중지 기준으로 지킨다는 이유로 정부나 업체에서 태업이라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설업계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사가 지연돼 아파트 입주가 늦어지면 지체 보상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 기간이 늘어나면 자잿값에 인건비 등이 금융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며 "월례비를 근절하는 게 맞지만, 공기 지연에 따른 피해를 모두 건설사가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신고는커녕 크레인기사들 눈치만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또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월례비 단속 이후 태업에 가까울 정도로 작업 속도가 늦춰졌지만, 입주 지연에 따른 지체보상금 지급과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공사비 회수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태업에 가까울 정도지만, 공기가 지연될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 파업이나 태업 등으로 공기가 늦어져 입주가 지연되면 지체보상금 면제가 필요하다는 게 건설업계의 요구사항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금 당장을 별 문제가 없지만, 작업 속도가 계속 늦어지면 향후에 입주 지연 등이 패하가 발생할 수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택사업자가 부담하게 된다"며 "예상치 못한 변수로 입주가 지연될 경우 주택 사업자에게 부과되는 지체보상금을 면제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건설사의 아파트 입주 지체보상금을 특정 조건에 한해 면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지난 2일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건설사의 아파트 입주지체보상금을 특정조건에 한해 면제하는 내용의 '주택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에 발의된 주택법 개정안에는 천재지변, 경제상황 변동, 파업 등 사업주체가 예기치 못한 사유로 준공기일을 맞추지 못하면 지체보상금을 면제해주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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