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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은행 파산에 비트코인 오르자 가상자산ETF 차익매물 쏟아져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20 18:12

수정 2023.03.22 09:15

단기 급등에 시세차익 수요 몰려
가상자산 펀드 자금 유출 지속땐
현물 가상자산도 하방압력 커져
美 은행 파산에 비트코인 오르자 가상자산ETF 차익매물 쏟아져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면서 반사이익을 누린 가상자산 가격과 달리,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선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고, 연이은 은행 파산으로 유동성이 마를 수 있단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은행 시스템이 정상화 단계로 들어서면 전통시장과 비동조화(디커플링)도 매듭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프로셰어스 비트코인 스트래티지(티커 BITO)'는 이달 들어(현지지간 18일 기준) 순자산에서 4527만달러가 빠져나갔다. 이 상품은 2021년 10월 상장한 미국 최초 비트코인 기반 ETF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비트코인 선물가격을 추종한다.

'글로벌 X 블록체인(BKCH)' '발키리 비트코인 스트래티지(BTF)'에서도 각각 257만달러, 69만달러가 유출됐다.
SVB 사태 이후 시세차익을 노린 수요가 몰린 결과로 보인다.

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은 지난 13일 2만달러선에서 반등 구간에 진입해 20일에는 2만8000달러대까지 치솟았다. 전통 은행 시스템을 향한 불신이 역으로 가격 상승 재료로 쓰인 때문이다.

특히 뱅크런 우려에서 한 발 비껴서 있다는 점이 파악되면서 비트코인이 대표적으로 수혜를 입었다. 긴축 완화의 명분을 챙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실제 금리인상 종료 시점을 앞당길 경우 가격 상승세를 뒷받침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요소는 반짝 호재로 작용했을 뿐 실체가 없다. 가상자산의 내재적 요인이 아니라는 의미다. SVB 사태만 부각됐으나 실버게이트와 시그니처는 가상자산을 취급하는 은행이다. 미국 당국이 서둘러 폐쇄를 결정하고, '예금 전액 보장'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으나 실시간 결제를 지원하던 플랫폼이 닫힌 탓에 유동성 훼손 우려가 다분하다.

황원정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정책당국 개입 등으로 가상자산 시장의 단기적 불안은 해소됐으나 주요 서비스 공백으로 유동성 위축 및 가격 약세 등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도 "시그니처은행과 같이 가상자산업을 주요 사업부문으로 한 전통 은행의 건전성이 거꾸로 가상자산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가상자산 거래비중이 큰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시스템 리스크 발생 가능성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장은 가상자산 가격이 상승 구간에 들어섰지만 지금 같은 펀드 자금 유출세가 이어지면 현물 가상자산 가격에도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 주요 주가지수 등과 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현 구도가 장기화되긴 힘들다는 뜻이다.

당장은 가상자산 가격이 상승 구간에 들어섰으나 지금 같은 펀드에서의 자금유출세가 이어질 경우 현물 가상자산 가격에도 하방 압력을 가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는 주요 주가지수 등과 반대로 움직이고 있으나, 이 같은 구도가 장기화되긴 힘들다. 테라·루나 및 FTX 사태 여진이 온전히 해소되지 않은데다,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리플 간 법적 공방 등으로 대표되는 규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디지털자산 기업들 주가가 증권시장과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은행 시스템에 대한 불안이 완화되고, 동시에 디지털자산 규제 강화 기조가 이어진다면 상승 동력을 약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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