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지난해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도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은 증권사 '연봉킹'이 쏟아졌다. 특히 기업금융(IB) 업무를 하는 임직원들은 최고경영자(CEO)보다 훨씬 많은 보수를 챙겼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다트(DART)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17개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연봉을 받은 증권맨은 최현만 미래에셋증권(006800) 회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봉으로 51억1300만원을 수령했다.
주요 증권사 CEO의 연봉을 보면 최 회장에 이어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이 37억194만원으로 가장 많은 보수를 받았다.
CEO가 아닌 직원 중에서는 안재완 메리츠증권 트레이딩총괄본부장(전무)이 가장 높은 보수(46억5813만원)를 받았다. 지난해 3월 퇴직하면서 퇴직금으로 17억원을 수령한 영향이었지만, 상여금도 17억원이 넘었다.
증권사에서 돈을 벌려면 IB로 가야 한다는 말을 방증하듯이 IB 임직원들이 두둑한 보수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투자증권(003530)의 경우 최용석 IB본부장은 지난해 27억8800만원을 보수로 받았다. 권희백 전 대표(7억8500만원) 보다 3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한양증권(001750) 역시 민은기 전 CIC 대표의 연봉이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의 연봉(7억4000만원)보다 3배 이상 많은 28억3900만원을 기록했다.
이 외에도 하나증권, 교보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 다올투자증권(030210) 등 IB 임원이 CEO보다 높은 연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맨의 연봉은 회사의 규모와 상관이 없었다. 오히려 중소형 증권사일수록 높은 인센티브를 받아 고액 연봉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중소형 증권사인 BNK투자증권의 안재우 부동산투자본부 상무가 32억5100만원을 받았고, 유진투자증권(001200) 오동진 IB부문 대체투자팀장이 35억7700만원을 수령했다. 박정준 부국증권(001270) IB사업부문 대표도 36억9200만원을 챙겼다. 하나증권, 키움증권(039490) 등 대형 증권사의 '연봉킹'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다.
NH투자증권, 삼성증권의 연봉킹은 리테일 부문에서 나왔다.
NH투자증권은 조규상 전 운용사업부 대표가 퇴직금을 받으면서 연봉킹에 이름을 올렸지만, 다음으로 높은 연봉은 받은 직원은 PB강남센터 소속 이충한 부장(23억1000만원)이었다. 세번째로 많은 연봉을 받은 직원도 PB강북센터 소속 서재영 부장(21억7900만원)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은 2020년부터 4년 연속 강정구 지점장이 '연봉킹' 자리를 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리테일위탁매매, 금융상품매매, 금융자문 등에서 성과를 내면서 36억9400만원의 보수를 챙겼다.
증권사 CEO가 직원보다 보수를 많이 받은 곳은 17곳 중 3곳(미래, 대신, 현대차)에 불과했다. 그만큼 증권사는 '성과주의'가 우선시되는 곳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는 회사의 규모보다도 개인의 역량이 더 우선시 된다"면서 "영업만 잘하면 CEO보다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고, 연봉의 상한선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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