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김밥 한 줄 7000원 시대'..."金밥이 따로 없네"

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23 14:39

수정 2023.03.23 16:55

물가 상승, 고급화에 김밥 가격도 천정부지
"간편식 치고 너무 비싸져"
가격 부담돼 기본 김밥이나 라면만 먹는 현상도
전문가는 "소비자들 식습관 저하 우려"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김밥가게에 '지속적인 원자재 및 인건비 상승 등의 외부 요인으로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노유정 기자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김밥가게에 '지속적인 원자재 및 인건비 상승 등의 외부 요인으로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 서울 여의도에서 근무 1년차 직장인 A씨는 점심때 적은 돈으로 푸짐하게 먹을 생각으로 김밥 전문점에 들렀다. 전문점이라 메뉴는 다양했지만 가격은 부담스러웠다. 고급 재료를 넣은 김밥은 한 줄에 7000원을 넘었다. 이곳에서 파는 가장 싼 김밥도 4000원을 넘었다.
김밥 한 줄과 사이드 메뉴를 시켜면 1만원이 훌쩍 넘을 수 있다. A씨는 결국 김밥집을 포기하고 다른 식당을 갔다.

한때 '서민 음식'으로 불렸던 김밥 값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고급화로 차별화하는 김밥 전문점들이 생겨난데다 물가상승 또한 김밥 값을 올리는 요인으로 자리잡은 탓이다. 속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일부 식당의 기본 김밥이 4000원을 넘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파이낸셜뉴스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 분식집 19곳의 평균 가격을 분석한 결과 가장 저렴한 기본 김밥의 평균 가격이 3945원이었다. 일부 3500원에 기본 김밥을 제공하는 곳이 있었지만 대부분 4000원을 넘겼다. 속재료가 하나 추가되는 김밥은 평균 가격이 5405원이었으며, 이 가운데 일부 7000원을 넘긴 김밥도 있었다.

김밥 물가는 빠르게 올랐다. 통계청의 전국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 2월 김밥 부문 소비자물가지수는 122.47로 지난 2021년 9월부터 18개월 연속 상승했다.

여의도에서 일하는 직장인 박모씨(30)는 "시간 없어 간단히 한끼 때우려고 김밥을 샀는데 가격에 놀랐다"며 "한 줄이면 양이 부족해 두 줄을 먹었더니 9000원이 나갔다"고 전했다.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 김밥집 메뉴판에 6000원대의 가격이 적혀 있다. /사진=노유정 기자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 김밥집 메뉴판에 6000원대의 가격이 적혀 있다. /사진=노유정 기자
김밥 전문점이 김밥 고급화에 나선데다 재료비 상승도 김밥갑을 끌어올린 요인이다.

한국농수산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김 1속(100장)의 평균 가격은 6572원으로 평년(6307원) 대비 4.2% 올랐다. 오이는 4만233원으로 평년(3만4894원) 대비 15.3% 상승했으며, 당근은 5만6120원으로 평년(2만8846원) 대비 94.6% 급등했다.

여의도에서 김밥 브랜드 가맹점을 3년째 운영 중인 신모씨(60)는 "재료비, 인건비, 임대료 등 안오른게 없어 김밥값도 비싸졌다"면서 "여의도 일대에서는 조만간 김밥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 초년생 직장인들 사이에선 김밥은 더이상 주머니 사정이 나쁠 때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아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권모씨(29)는 "김밥은 허기를 달래기 위해 가격 부담 없이 간단히 먹는 음식인데 5000원 이상 쓰기에는 너무 아깝다"며 "다른 속재료가 든 김밥을 내려놓고 기본 김밥을 먹거나 아니면 김밥 대신 라면만 먹게 된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전반적으로 경기가 안 좋은 데다 물가가 또 올라 소비자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특히 사회 초년생들이 경제적으로 쪼들리다 보니 라면, 편의점 음식 등 건강하지 않은 식단을 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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