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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 위기 봉합?···유럽 주식선 손 떼는 서학개미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22 15:27

수정 2023.03.22 20:35

최근 2주 새 약 2600만달러어치 순매도
스위스 주식 ‘팔자’세는 곱절로 가속화
S&P, UBS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으로 하향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 본사 모습. / 사진=AP뉴시스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 본사 모습. / 사진=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크레디트스위스(CS)가 UBS 품에 안기며 최악의 사태는 면했으나 잔뜩 긴장한 서학개미들은 유럽증시에서 서둘러 발을 빼고 있다. 시장의 불안이 온전히 해소되지 않은 탓으로 보인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최근 2주간(21일 기준) 국내 투자자는 유럽주식을 2557만달러(약 334억원) 순매도했다. 전월 같은 기간(2월 7~21일)과 비교하면 90% 이상 증가했다.

CS가 있는 스위스주식 순매도 금액은 10만2569달러에서 17만8270달러로 곱절 가까이 불어났다. 프랑스(85만달러→1330만달러)에서 손절 흐름이 가속화됐고, 네덜란드(125만달러→-449만달러)는 순매도로 돌아섰다.


유럽에 투자하는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몸집도 줄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로스톡스에 투자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 상품(TIGER) 3종의 합산 순자산총액은 766억3300만원으로, 한 달 전(820억6500만원) 대비 6.62% 감소했다.

CS 파산시 예상됐던 시스템 리스크 전이는 차단했지만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퍼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아시아 지역 은행 등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AT1) 가격이 줄줄이 내리면서 채권시장은 이미 경직이 시작된 모양새다.

UBS가 CS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스위스 금융감독청(FINMA)이 CS ‘AT1’을 전략 상각하도록 주문하면서다. 그 가치를 ‘제로(0)’로 책정토록 함에 따라 이에 투자했던 연기금·운용사·보험사 등이 160억스위스프랑 상당의 손실을 떠안게 된다. ‘대규모 채권매도(본드런)’까지 점쳐지는 이유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CS 손실이 UBS의 재무상태에 균열을 낼 여지도 있다. 금융당국 주도로 ‘신속성’은 챙겼으나 면밀한 자산평가는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급기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UBS금융그룹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등급 자체는 ‘'A-/A-2’를 유지했으나 우려되는 부분이 현실화할 경우 강등도 가능하단 의미다.

S&P 측은 “CS의 규모와 취약한 신용도, 투자은행(IB)업무 상당 부분을 정리하면서 발생하는 복잡성으로 인해 중대한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며 “구조조정, 소송비용, 수익성 압박 등으로 통합 그룹의 경쟁력이 약화하거나 재무목표 대비 실적이 저조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공포엔 통상 주식시장이 먼저 반응한다.
실제 스위스증권거래소(SIX)에서 지난 17일 각각 1.86스위스프랑, 17.11스위스프랑으로 마무리했던 CS와 UBS의 주가는 다음 거래일(20일) 오전 한때 0.66스위스프랑 14.38스위스프랑까지 주저앉았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를 의식한 듯 공동성명에서 “보통 주식이 손실을 흡수하는 첫 상품이고, 이를 완전히 사용한 후에야 AT1을 상각해야 한다”며 “이 접근 방식은 앞으로 위기 개입 때도 적용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UBS가 CS를 인수한 만큼 은행 체계가 흔들리는 상황은 아니지만 AT1 상각 이슈 발생으로 시장 리스크 우려는 높아질 것”이라며 “향후 하이일드 채권 투자심리가 저하되고 신용 스프레드 확대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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