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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살얼음판’ 걷는 미국 금융, 최악 사태에 대비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23 18:16

수정 2023.03.23 18:16

미 중소형 은행 유동성 악화돼
충당금 적립, 모니터링 강화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연준은 기준금리를 현재보다 0.25%p 높은 4.75~5.00%로 올렸다. 이는 2007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사진=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연준은 기준금리를 현재보다 0.25%p 높은 4.75~5.00%로 올렸다. 이는 2007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사진=연합뉴스
위기의 큰불을 끈 듯했던 미국 금융시장에서 불안의 불씨가 좀처럼 진화되지 않고 있다. 중소형 은행에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가 완전히 진정되지 않아 살얼음판을 걷는 모양새다. 그런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2일(현지시간) 물가와 금융 불안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자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팩웨스트뱅코프라는 은행은 올 들어 예금이 20% 빠져나가 유동성에 문제가 생긴 상태라고 한다. 이날 이 은행 주가는 17.12%나 떨어졌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중소형 은행의 예금 전액보증을 시사하면서 시장을 안심시키고 있지만 뱅크런 사태가 실물경제로 번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미국 상업 부동산 대출의 절반은 은행에서 나왔는데 그 80%인 3000조원이 중소형 은행에 몰려 있다고 한다.

국내 상황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115조원대의 비은행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1749조원대의 가계부채는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시한폭탄과도 같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지방 중소건설사 중 돈을 벌어 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이 16.7%에 이른다. 한국은행은 23일 금융안정 보고서를 통해 "대외요인이 국내 경기둔화와 부동산 부진 등 대내요인과 맞물릴 경우 외환·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대출 부실위험 증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뱅크런에서도 보았듯이 금융위기는 심리불안과도 직결돼 있다. 은행 비대면 거래가 86%를 넘고 24시간 모바일뱅킹이 가능한 한국에서도 작은 나쁜 소식에도 순식간에 예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 우선 외국의 동향에 상시 귀를 기울이면서 금융 취약부문에 대한 점검과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현재 한은이 지적한 대로 대손충당금 적립과 자본확충 등 손실흡수 능력을 높이기 위한 방책들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 변동에 취약한 증권사,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 제2·제3 금융권은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금융감독기관의 권한이 미치지 않는 곳도 있다.

문제는 항시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 불안심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잘 살피면서 선제적 조치들을 취해야 할 것이다. 만에 하나 금융기관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 대응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있어야 한다.

'베이비 스텝'에 그쳤지만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우리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한미 금리 차는 1.5%p로 22년 만에 최대 역전폭으로 벌어졌다. 국내 물가의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한 금리를 동결하기가 어렵게 됐다.
금리가 오르면 부채가 많은 부동산과 가계부문이 흔들리는 악순환의 고리에 들게 된다. 게다가 무역적자가 올 들어서만 241억달러를 기록할 정도로 거시경제 상황도 좋지 않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제2의 금융위기가 언제든 들이닥칠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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