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출근길money]금융지주 주주들, '역대급 실적' 거둔 현 경영진 손들어줬다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27 06:19

수정 2023.03.27 06:19

지난 한 해 4대 금융지주 15조8506억원 순이익 기록
의결권 자문사 반대에도, 사외이사 찬성률 '굳건'
국민연금, KB금융에 대해서만 사외이사 선임 반대 하지 않아
23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신한금융지주 본사에서 열린 2023년 신한금융지주 정기주주총회에 주주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스1
23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신한금융지주 본사에서 열린 2023년 신한금융지주 정기주주총회에 주주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4대 금융지주 주주총회가 변화보다 ‘안정’을 택한 주주들의 선택에 큰 이변 없이 마무리됐다.

신임 대표이사와 사외이사 선임을 두고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이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상이한 의견을 내놨으나 주주들은 원안을 통과시키며 ‘역대급 실적’을 거둔 경영진의 손을 들어줬다.

■국민연금 반대·노조 제안에도 주주들 “원안대로 통과”
4대 금융지주 주주총회 주요 내용
지주사 주요 안건 결과
KB금융 노조추천이사 선임안 부결
신한금융 진옥동 회장 선임안 가결
하나금융 분기배당 위한 정관변경 가결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 선임안 가결
(각 사)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4대 금융지주의 주주총회에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금융지주들이 배당 규모를 늘리고 분기배당을 위한 정관 변경을 주총에 상정하는 등 주주 환원 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주주들은 금융지주 편에 섰다.

지난 한 해 동안 4대 금융지주는 15조850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보다 8.9%(1조3077억원) 늘어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이에 4대 금융지주의 현금배당 총액도 사상 최대 수준인 4조146억원으로 늘어났다. 전년 대비 7.26%(2913억원)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까지 중간배당을 이어 온 하나금융은 이번 주총을 통해 분기배당 시행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정관 변경을 의결했다. 우리금융도 정관 내 분기배당 관련 조항을 새롭게 신설하고 주주들의 배당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배당 기준일을 배당 결정 이후의 날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금융지주 슈퍼 주총의 최대 화두였던 신한금융, 우리금융의 신임 회장 선임건은 무사히 통과됐다. 특히 신한금융은 자사 지분의 7.69%를 보유한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진옥동 회장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으나 큰 이변 없이 진 회장의 선임이 결정됐다. 전체 지분의 70%가량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다.

우리금융은 관치 논란을 뒤엎고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선임했다. 임 회장도 취임 첫 날부터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 등 비은행 계열사 확대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피력하면서 주주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의 제안은 주주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KB금융 주총에서는 노조는 해외 진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필요하다며 전 한국수출입은행 인도네시아금융 대표이사인 임경종 사외이사 후보 선임 안건을 제안했으나 부결됐다. 지난 2017년부터 이어진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 시도가 여섯 번째 무산된 것이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신임 회장 내정자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으로 출근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3.24 hwayoung7@yna.co.kr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신임 회장 내정자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으로 출근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3.24 hwayoung7@yna.co.kr


■의결권 자문사 반대에도, 사외이사 찬성률 '굳건'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추천위원회(사추위)가 각각 후보로 올린 사외이사 선임도 무난히 이뤄졌다. 국민연금과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의 반대 권고가 있었지만 여전히 높은 찬성률로 총 18명의 사외이사가 재선임됐다. 이외 7명의 사외이사는 신규 선임됐다.

구체적으로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먼저 주주총회를 열었던 신한금융의 경우 사외이사 선임을 의결하는 안건은 평균 찬성률 76.66%로 모두 통과됐다. 신한금융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신규 선임 없이 사외이사 전원을 재선임하기로 했다. 성재호 사외이사에 대한 찬성률이 69.21%로 가장 낮았고 배훈·진현덕 사외이사에 대한 찬성율이 81.01%로 가장 높았다.

앞서 최대주주 국민연금은 성재호·이윤재 사외이사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감사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로 꼽히는 ISS는 신한금융 사외이사 8명 모두에 대해 "신한금융지주의 현 사외이사진은 지배구조와 위험 관리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반대표를 권유했다. 다만 이들의 반대에도 평균 찬성률은 전년(68.79%)보다 높았다.

나머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선임 건도 대부분 통과했다. KB금융은 권선주·오규택·김경호 이사를 중임 사외이사로 선임했고 김성용·여정성·조화준 이사의 신규 선임을 결정했다. 하나금융에서는 김홍진·양동훈·허윤·이정원·박동문·이강원 이사가 재선임, 원숙연·이준서 이사가 신규 선임됐고 우리금융에서는 정찬형 이사가 재선임, 지성배·윤수영 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마찬가지로 국민연금과 의결권 자문사들의 반대를 맞닥뜨린 가운데에서였다.
앞서 국민연금은 하나금융의 김홍진·허윤·이정원·양동훈, 우리금융의 정찬형 사외이사 선임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유일하게 KB금융에 대해서만 국민연금은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ISS 역시 채용 비리와 라임펀드 사태,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과 관련해 하나금융·우리금융 사외이사들의 재선임을 반대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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