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외국인 노동자 서류 한장도 공문 보내는 지방정부[외국인 노동자의 삶(3)]

장충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28 10:42

수정 2023.03.28 13:59

고용노동부, 법무부, 광역·기초지자체 다원화 된 외국인 노동자 관리체계
지방정부 실질적 권한 없어, 관련 자료도 정부에서 독점
고용허가 외국인 노동자 통계자료 받으려며 '공문으로 요청해야'
관리체계 일원화, 권한 이양 등 필요
'이민청' 설치하고 고용시장 이분화 해결해야 목소리
【수원=장충식 기자】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212여만명에 달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들을 둘러싼 처우 개선이나 인식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정부는 지난 2021년 12월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 인구수에 외국인을 포함시키도록 하며, 외국인들이 지방정부의 구성원으로 대우 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지방정부의 경우 고용노동부, 법무부 등으로 나누어진 외국인 관리체계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관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주민 증감표=행정안전부 자료
외국인주민 증감표=행정안전부 자료
외국인이웃 212만명, 경기도에만 71만명
행정안전부가 지난 2022년 10월 31일 발표한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에 따르면 국내 거주 외국인주민 수는 213만4569명이다.

시·도별로는 경기도에만 전체의 33.5%에 달하는 71만4497명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이어 서울시 42만6743명(20.0%), 인천시 13만4714명(6.3%), 충남도 12만4492명(5.8%), 경남도 12만3074명(5.8%) 등 외국인들도 수도권 집중 현상을 보이고 있다.


시·군·구별로는 안산시가 9만4941명, 수원시 6만5885명, 시흥 6만4570명, 화성시 6만2542명, 부천시 5만3080명 등 상위 5개 지역이 모두 경기도에 해당된다.

또 외국인주민 1만명 이상 또는 인구 대비 5% 이상 거주하는 '외국인주민 집중거주지역'은 총 86곳으로, 경기 23개, 서울 17개, 경남 8개, 충남·경북이 각 7개 지역 등이다.

전국 외국인주민 현황=행정안전부 자료
전국 외국인주민 현황=행정안전부 자료
외국인노동자 통계조차 없는 지방정부
그렇다면 외국인들이 실제 거주하는 있는 지방정부에서의 외국인 노동자 관리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취재를 위해 여러 곳의 지방정부에 문의해 보았지만, 외국인 노동자 관련 통계 자료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곳이 많았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탓할 수 없는 것은 외국인 노동자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고용허가제 관련 자료는 고용동부에서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 입국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고용노동부의 허가를 받아 법무부에 등록 절차를 거쳐야한다.

이로 인해 지방정부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통계 자료 하나를 받기 위해 고용노동부에 '공문'을 보내 요청해야 하는 상황으로, 제대로 된 외국인 노동자 데이터 관리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지방정부의 경우 법무부 시스템을 활용해 어느 정도 자료는 갖고 있지만, 고용허가제와 관련한 외국인 노동자 통계자료는 없다"며 "고용노동부, 법무부, 광역자치단데체, 기초자치단체 등 다원화된 관리체계 속에서 대부분 정부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권한은 많지 않다"고 전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들이 거주하는 경기 안산시 원곡동 다문화거리 전경. 사진=안산시 제공
전국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들이 거주하는 경기 안산시 원곡동 다문화거리 전경. 사진=안산시 제공
지방정부 전담부서 설치와 권한 이양 필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관리 권한이 없다 보니, 지방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 역시 많지 않다.

대부분이 언어교육과 의료지원, 문화소통사업 등 외국인들을 위한 기본적이고 통합적인 지원책만 있을 뿐,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차별화 된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외국인 인구가 9만4941명 전국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안산시는 전담부서 설치와 더불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관리권한 이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안산시 외국인주민 지원본부 박경혜 본부장은 "기초지자체의 경우 외국인 노동자 관련 전담부서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법무부에서는 중장기 계획을 통해 전담부서 설치를 진행하고 있지만, 통합적인 관리를 위한 권한 이양 등이 먼저 이루어지면 체계적인 관리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발적 고립 예방과 인식 개선 중요"
이런 가운데 현장의 전문가들은 불법체류자로 전락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자발적 고립'을 예방하는 것이 그들의 비참한 생활을 끊어낼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대다수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3년 기간 내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해 시간이 지나면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자연스럽게 불법체류자로 전락한다.

특히 불법체류자들은 주변 외국인 노동자들과의 네트워크도 연결 되지 않기 때문에, 인권침해가 벌어지더라도 주변에서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어 극단적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김지나 노무사는 "뉴스에 나오는 사건 사고 희생자의 대부분은 고립된 환경에서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외국인 노동자들"이라며 "농어촌 등 열악한 노동환경의 일자리 일수록 '고립'되는 경우가 많고, 불법체류자 신분이 되면 '자발적인 고립'을 선택하기 때문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이주인권단체 회원들이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서 지난 19일 열린 2023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날 기념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주인권단체 회원들이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서 지난 19일 열린 2023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날 기념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내국인·외국인 노동시장 이분법 해결해야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외국인 노동자를 지원하는 단체들은 지금까지 나열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무부의 '이민청' 신설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앞서 법무부는 외교부, 여성가족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등에 흩어진 이민정책을 종합해 관리하는 컨트롤타워인 이민청 설립을 과제로 추진할 방침을 밝히고 있다.

경기도 외국인 인권지원센터 박선희 노무사는 "비자발급에서부터 노동환경까지 관여할 수 있는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주체로 이민청 신설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뒷받침 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시장 개방이 공론화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제도와 만들어 내국인과 외국인 이라는 노동시장의 이분화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jang@fnnews.com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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