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지금 대한민국은 마약과의 전쟁중'..대상.계층 가리지않고 급속 확산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29 06:00

수정 2023.03.29 06:00


전직 대통령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경찰에 체포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로 압송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직 대통령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경찰에 체포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로 압송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28일 한국으로 돌아와 5·18 유가족들에게 사죄의 뜻을 밝힌 고 전두환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가 인천국제공항에서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인천공항에서 정장을 입고 수갑을 찬 채 취재진 앞에 선 전씨는 "사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심에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최대한 열심히 협조해서 수사 받고 나와 빨리 5.18 유가족, 피해자분들에 사과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마약 투약 혐의를 인정하냐"는 질문에 대해 "제 죄를 피하지 않기 위해 방송을 통해 모두 보여드렸다"며 "미국에서의 병원에 마약 사용 기록 등을 확인해보면 될 것"이라고 사실상 혐의를 인정했다.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이 27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 출석해 마약 투약 혐의 관련 조사를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div id='ad_body2' class='ad_center'></div> /사진=뉴스1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이 27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 출석해 마약 투약 혐의 관련 조사를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금 대한민국은 마약과의 전쟁중

#. 전날 프로포폴과 코카인 등 마약류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유아인씨는 오전 9시20분께 경찰에 출석해 약 12시간 동안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취재진 앞에 선 유씨는 '마약류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밝힐 수 있는 사실들 그대로 말씀드렸다"며 "불미스러운 일로 (목소리 떨림) 이런 자리에 서서 그동안 저를 사랑해주신 많은 분들께 큰 실망 드리게 된 점 깊이 반성한다. 죄송하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유명 연예인은 물론 일반인들 사이에까지 깊숙이 파고든 마약 복용 사건이 계속 발생하는 등 지금 마약이 대한민국 사회를 멍들게 하고 있다.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범은 역대 최다를 기록하는 등 젊은 층을 포함해 마약이 우리 사회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특히 2030세대 마약사범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수사당국의 마약사범 검거 만큼이나 사전 예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대 최다 마약 사범 검거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마약 사범은 1만2387명으로 밝혀졌다. 지난 2021년 1만626명 대비 16.5% 증가했다. 또한 가장 많은 마약사범이 검거된 2020년(1만2209명)을 뛰어넘은 역대 최다 기록이다. 경찰청은 마약 범죄가 많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지난해 8월부터 5개월간 특별단속에 나섰다. 마약 유통·투약 사범 5702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791명을 구속하는 성과를 올렸다.

최근 마약 범죄는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마약 거래가 큰 증가세를 보였다. 이번 단속에서 적발된 인터넷 마약류 사범은 총 1495명으로, 2021년 같은 기간(1072명) 대비 39.5% 증가했다.

젊은 층인 2030세대 마약 사범도 급증하는 추세다. 20대 마약류 사범 수는 2018년 1392명에서 지난해 4203명까지 늘었다. 30대 사범도 같은 기간 1804명에서 2817명으로 56.2% 증가했다. 문제는 과거 마약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보였던 10대 청소년층이나 미성년자 중에서도 마약 투여를 하다 적발된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이다.

클럽·유흥업소 일대 마약류 사범도 크게 늘었다. 이번 단속에서 유흥업소 적발 마약사범은 377명으로 전년 동기(33명) 대비 11배 증가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유흥업소들이 정상 영업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체 마약류 사범 중 유흥업소에서 검거된 인원은 6.6%에 불과하지만, 증가세가 커 수사 당국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버닝썬 사건’이 불거진 2019년 182명이던 클럽·유흥업소 마약류 사범은 이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454명까지 늘었다. 지난해 10월 경남에서는 국제우편을 통해 ‘케타민’과 ‘툭락’ 등 마약류를 초콜릿으로 위장해 밀반입한 뒤 외국인 전용 클럽에서 판매·투약한 외국인 40명이 적발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파티하며 마약류를 투약하는 새로운 행태의 범행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10대 젊은층까지 파고들어..경찰청 "전문성 강화 주력"

작년 한 해 검거된 10대 사범도 294명에 달한다. 이들 중에는 만 14세 미성년자도 상당수 있었다고 한다. 고등학생이 필로폰 유통에 가담한 사례도 있다. 인천에서는 최근 텔레그램을 통해 필로폰 등을 유통한 고교 3학년생 3명이 검거됐다. 이들은 신분 노출을 피하고자 따로 모집한 성인 중간판매책을 통해 마약류를 매입·판매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번 단속 기간 적발된 외국인 마약류 사범은 866명으로 전체 15.2%의 비중을 차지했다. 주로 공단 주변 등 외국인 밀집 지역에서 자국민들끼리 모여 공동 투약하는 사례가 늘었다. 최근들어선 젊은 층들이 많이 모이는 일부 클럽이 마약 유통과 소비의 진원지로 파악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급증하는 마약 범죄에 대응하고자 수사 전문성 강화에 주력하고 있지만, 갈수록 교묘해지는 유통 루트와 다양한 소비 행태로 인해 적발 및 검거에 상당부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크웹·가상자산 전문수사팀도 전국 시·도경찰청으로 확대·운영하고, 정보·기술(IT) 분야 전문가를 사이버 마약 전문수사관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경찰청 관계자는 "마약류 범죄 근절을 위해 관계기관과 협력해 관련 법령 제·개정 및 제도개선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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