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농구에서 슛이 빗나가 림(Rim)을 맞고 튕겨나온 공을 다시 잡는 행위를 '리바운드'(Rebound)라고 한다. 영화 '리바운드'는 각자의 실패를 딛고 일어나 인생의 리바운드 기회를 잡아낸 고등학교 농구부 선수들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려내며 재미와 의미,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28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 '리바운드'(감독 장항준)는 2012년 제37회 대한농구협회장기 전국중고농구대회에서 결승전에 진출한 부산 중앙고 농구부의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기억의 밤'(2017)이후 장항준 감독이 선보이는 신작이며, 장항준 감독의 아내이자 '시그널' 등 유명 드라마를 쓴 김은희 작가가 남편과 함께 각색에 참여했다.
'리바운드'는 특유의 청량한 기운과 묵직한 실화의 힘이 밸런스를 이룬 작품이었다. 영화는 팀이 결성되고 한 팀이 되기까지 약 2년의 과정을 담은 전반부와 단 6명의 엔트리로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최약체팀이 전국중고농구대회에서 연승 기록을 세워가는 과정을 담은 후반부로 나뉜다.
전반부에서는 안재홍이 맡은 강양현 코치의 캐릭터가 돋보인다. 프로 2군 선수 출신인 강양현은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 중에 해체 위기에 놓인 모교 농구팀 코치직 제안을 받고, 농구부에서 함께 할 선수들을 찾아 나선다. 학교에서는 "대강 구색만 맞춰놓자"며 없어질 뻔한 농구부를 살려 "싼 코치, 비지떡 코치" 강양현에게 맡긴다. 외부의 기대는 전무하지만 양현의 포부는 다르다. 고교시절 전국대회 MVP를 하기도 했던 강양현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농구부를 통해 농구인으로서 자신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코치가 된 강양현은 주목받던 천재 선수였지만 신체적 조건으로 인해 슬럼프에 빠진 가드 기범(이신영 분)과 부상으로 꿈을 접은 채 내기 농구로 돈을 벌며 사는 규혁(정진운 분), 점프력 좋은 축구 선수 순규(김택 분), 길거리 농구 실력자 강호(정건주 분), 서울 학교에서도 노리는 유명 장신 센터 준영 등을 찾아가 함께 농구를 해보자고 제안한다. 기존 농구부 2명을 포함한 7명이 함께 훈련을 받으며 우승을 목표로 나아가려 하지만, 오합지졸 농구부는 처음부터 삐걱거린다. 기범과 규혁은 중학교 때 있었던 사건으로 앙숙이 돼 서로를 불신하는 상태고, 유일한 기대주였던 한준영은 부모님의 의지로 인해 결국 중앙고를 떠나 용산고의 선수로 첫 경기를 치르게 된다.
첫 경기에서 전국 최강 용산고를 만난 중앙고는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다. 거기에 흥분한 코치 강양현이 심판에게 강력한 항의를 하다가 퇴장 명령을 받고, 급기야 기범과 규혁이 경기장에서 다투다 던진 공을 심판이 맞는 바람에 중앙고는 6개월간 경기 출전 금지라는 중징계를 받게 된다. 첫 경기 후 뿔뿔이 흩어져버린 중앙고 농구부. 그러던 중 강양현은 고교 시절 MVP를 수상할 당시 자신의 인터뷰를 보게 된다. 경기 속 순수했던 강양현은 우승보다는 정말 농구가 좋아 거기에 푹 빠져있는 선수였고, 이를 본 강양현은 각성하고 흩어진 선수들을 찾아 나선다.
후반부에서는 교체 선수도 없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연승 행진이 이뤄내는 중앙고 선수들의 드라마가 이어진다. 각자 갖고 있었던 핸디캡과 결점들을 극복하고 농구에 대한 열정과 애정 만으로 한 팀이 돼가는 청춘들의 모습은 식상하지 않다. '슬램덩크'가 그랬듯 선수 각각의 캐릭터를 사실에 기반해 잘 구현한 덕에 매 경기를 보는 재미가 있다. 다만 경기 마다 결정적인 순간을 우회하는 듯한 연출 방식에 대해서는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마지막 경기 시퀀스는 조금 더 진득하고 진지하게, 끝까지 경기를 다뤄줬다면 주제를 조금 더 강렬하게 드러낼 수 있었을 수 있었을 것 같아 아쉽다.
아마도 장항준 감독의 스타일임이 분명한 해맑은 유머가 영화 전반에 흐른다. 이는 젊은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스포츠 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에 잘 맞는다. 안재홍은 실제 강양현 코치의 비주얼과 특성을 잘 살려내면서도 코미디 시퀀스에서는 배우 특유의 엉뚱하고 귀여운 매력을 가감없이 발산한다. 이신영과 정진운, 김택과 정건주, 김민, 안지호 등 배우들도 각자의 서사를 잘 살리며 제몫을 다한다. 4, 5번의 농구 경기는 비교적 지루함 없이 짜임새 있게 이어지며 영화 전반을 관통하는 '리바운드'라는 키워드가 끝내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다. '언더독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는 영화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시작한 농구 열풍을 이어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러닝타임 122분. 오는 4월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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