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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무인기 대응 출격 중 추락한 KA-1… '조종사·정비사 실수'(종합)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30 17:05

수정 2023.03.30 17:16

軍 "엔진 이상에 '당황'… 정확히 판단했다면 사고 없었을 것"
"2021년 창정비 때 부품 장착 잘못해 연료 공급에 문제 생겨"
이달 31일부로 점검 완료 항공기부터 단계적 비행 재개
[파이낸셜뉴스]
KA-1 공중통제공격기. 사진=공군본부 제공
KA-1 공중통제공격기. 사진=공군본부 제공
30일 공군은 사고 조사결과 발표에서 지난해 12월 말 북한 무인기 대응을 위해 긴급 출격했다가 추락한 우리 공군 KA-1 공중통제공격기의 사고 원인은 정비 불량과 조종사의 미흡한 조치 때문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공군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고기 조종사와 관련 정비사, 지휘책임자 등을 문책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다.

공군에 따르면 엔진 연료 조절장치의 창정비 작업 절차 미준수에 따른 엔진 이상 현상과 조종사의 상황 판단·처치 조작 미흡이란 복합적 원인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기는 지난해 12월 26일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우리 측 상공에 진입한 북한 무인기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비상출격 임무를 띠고 오전 11시38분경 원주기지에서 이륙 직후 조종사가 엔진 출력 이상을 감지했다. 당시 조종사는 비상착륙을 위해 기지로 회항했으나 '안전한 착륙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이후 민가가 없는 쪽으로 기수를 돌린 뒤 오전 11시39분 고도 410피트(약 125m) 강하각 27도의 불안정한 상태에서 비상 탈출했고, 사고기는 1초 뒤 지면과 충돌했다.

공군은 이번 사고 직후 사고조사단을 구성해 잔해 분석, 조종사 진술, 비행기록장치 확인, 비행 상황 분석, 엔진계통 손상 분석 등을 진행했다.


공군은 조사 결과에서 사고기는 이륙 직후 △엔진이 '연료조절장치 이상' 때문에 비정상 작동했다며 △조종사가 엔진이 정지한 것으로 판단하고 비상처치를 하던 중 '조작 미숙으로 항공기를 정상 회복시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공군은 이번 사고 조사 결과를 모든 조종사들에게 교육하고, 엔진 이상 발생시 비상처치 절차와 비상착륙 절차 등을 재차 강조하기로 했다.

공군은 "사고기와 같은 엔진을 장착한 KA-1·KT-1 항공기의 모든 연료조절장치에 대해 특별점검을 실시할 것"이라며 "31일부로 점검 완료 항공기부터 단계적으로 비행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엔진 출력 이상 원인, 연료조절장치 담당 정비사 정비절차 잘못 적용 비정상 작동
공군은 엔진 출력 이상 원인은 "2021년 5월 창정비 당시 연료조절장치 담당 정비사가 정비절차를 잘못 적용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창정비 때 정비사가 연료공급량을 조절하는 부품 중 하나인 '테플론 튜브'를 올바르게 장착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엔진에 연료가 일정하게 공급되지 않으면서 비정상 작동하게 됐단 것이다.

사고 기체는 테플론 튜브가 비정상적으로 장착된 뒤에도 260여시간 비행했으나, 이 과정에선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공군 관계자는 "해당 작업(테플론 튜브 장착)은 단일 작업자가 수행하는 정비"라며 "이전에 작업자들과 현 작업자의 결과물을 비교해보니 문제점이 노출됐다"고 설명했다.

■출력 급격히 떨어져 제어 불능 비상 탈출, 시뮬레이션 조사 결과 강하각 5도이내 유지시 사고발생 없었을 것 결과 나와
당시 조종사는 비행 중 항공기 출력을 나타내주는 토크 계기판 수치가 최대치인 80에 근접한 78까지 오르자 출력을 떨어뜨리고자 조작했으며, 이 과정에서 조작 직후엔 반응이 없다가 순식간에 출력이 떨어지는 상황을 경험했다고 한다.

당황한 조종사는 미리 정해진 비상착륙 궤적보다 훨씬 급격하게 좌측으로 선회했고, 이에 항공기가 제어하기 힘든 상황에 빠졌다. 조종사는 항공기의 고도·속도가 급격히 떨어지자 비상탈출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사고기 엔진은 추락할 때까지 계속 가동했으며, 엔진 정지를 알리는 경고등과 주의등도 모두 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추락 뒤에도 프로펠러가 계속 돌아가며 땅을 판 흔적이 발견됐다.

공군 관계자는 "조종사가 당시 상황을 정확히 판단해 강하각을 5도 이내로 유지했더라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란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 작전에 투입된 비상출격이다 보니 항공기 무장이 평소보다 무거웠다"며 "이런 조건이 조종사를 당황하게 만든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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