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뷰티 뷰티

먹거리만 '비건'?..이젠 바르는 시대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31 05:00

수정 2023.03.31 05:00

현대백화점이 운영하는 클린뷰티 편집숍 '비클린' 목동점 매장 전경.
현대백화점이 운영하는 클린뷰티 편집숍 '비클린' 목동점 매장 전경.

비건 뷰티 브랜드 '아떼'의 어센틱 에어리 립밤.
비건 뷰티 브랜드 '아떼'의 어센틱 에어리 립밤.

[파이낸셜뉴스] 채식주의를 뜻하는 '비건(vegan)' 열풍이 먹는 것 뿐 아니라 바르는 제품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동물실험과 동물성 원료를 지양하고 친환경 패키지를 사용하는 등 지속가능성에 집중한 제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백화점 업계 최초로 비건 뷰티 편집숍을 마련한 현대백화점은 매출에서 폭발적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MZ세대들이 소비의 중심이 되면서 비건 뷰티의 성장세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비건 뷰티 브랜드 가파른 성장세

31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에 의하면 세계 비건 화장품 시장 규모는 2025년 26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건 뷰티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인식도 긍정적이다.
최근 모바일 뷰티 플랫폼 '화해'가 발표한 '2023 예상 뷰티 트렌드'에 따르면 환경과 비건 등에 관련한 검색량은 지난 2년간 3.6배 증가했다.

가능한 비건 제품으로 대체하겠다는 소비자의 니즈가 커지면서 뷰티업계는 동물실험과 동물성 원료를 지양하고 친환경 포장재로 대체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스킨케어에서부터 색조까지 카테고리 또한 다양해지며 비건이 뷰티계의 '뉴 노멀(새로운 기준)'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비건 뷰티 브랜드의 매출은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생활문화기업 LF의 컨템퍼러리 비건 뷰티 브랜드 '아떼(athe)'는 올 1~2월 매출이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친환경을 내세운 브랜드인 만큼 다가오는 '지구의 날'을 겨냥한 차별화된 제품 출시 등 상반기 내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선보일 계획이다. 아떼는 최근 식물성 보습케어 성분을 담은 '어센틱 에어리 립밤'의 봄 컬렉션을 선보이며 마스크 해제 이후 부쩍 늘어난 색조 화장품 수요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이번 컬렉션은 봄에만 선보이는 한정판 3종 컬러로 출시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판매하는 비건 지향 메이크업 브랜드 아워글래스도 올해 1~3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0% 증가했다.

이 기간 20~40대 구매 고객은 전체의 85%를 차지했는데, 가치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것으로 알려진 20대 Z세대는 물론 40대 X세대까지 두루 높은 구매율을 보이며 매출 성장세를 주도한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관계자는 "안정적인 소득과 높은 구매력을 갖춘 고객들이 자신의 윤리적 신념이나 가치를 지향하는 소비에 아낌 없이 지갑을 열기 시작하면서 비건 화장품의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현대百 비건 뷰티 편집숍 '대박'

유통 업계도 비건 뷰티 열풍에 주목하고 있다.

백화점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현대백화점이 비건 뷰티 편집숍 '비클린(B.CLEAN)'을 론칭해 높은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비클린을 주로 찾는 고객층이 20~30대인 것으로 나타나 MZ가 주도하는 가치소비 트렌드가 비건 뷰티 열풍을 이끌고 있음이 확인됐다.

현대백화점이 운영하는 비건 뷰티 편집숍 비클린의 올해 1월~3월 29일 구매 고객을 분석한 결과 20~30대 매출 비중은 70%대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의 전체 화장품 매장의 평균치의 두 배가 넘는다. 현대백화점 측은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소비하는 미닝 아웃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동물실험을 진행하지 않거나 윤리적 가치를 강조한 비건 뷰티가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021년 더현대 서울에 1호 매장을 론칭한 이후 지난해 10월과 12월 각각 판교점과 목동점에 2·3호점을 추가로 여는 등 매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천호점·중동점 등에 비클린 신규 매장을 추가로 오픈하고, 향후 전국 16개 백화점에 비클린 매장을 내는 것도 검토 중이다.

비클린에 입점하는 브랜드는 '유해성분 최소화', '공신력 있는 검사기관 비건 인증 제출' 등을 포함한 '비클린 스탠다드'를 충족해야하며, 비클린은 앞으로 이 과정을 통과한 브랜드에 대해 인증 엠블럼을 부여하고 주기적으로 자격을 갱신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비클린 더현대 서울 1호 매장은 지난해 12월부터 매달 매출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며 "폭발적인 매출 성장세와 MZ세대의 성지가 된 더현대 서울의 후광 효과로 신생 인디뷰티 브랜드들의 비클린 입점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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