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한의사가 교통사고 환자에게 처방하는 첩약일수를 현행 10일에서 5일로 줄이는 방안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보험업계는 과잉 진료를 주장하며, 첩약일수를 10일에서 5일로 줄이자고 요구하고 있다. 한의계는 한의진료 원리를 무시한 처사이며, 보험업계야말로 환자 건강보다 비용 줄이기에 혈안이 됐다고 맹비난하고 있다. 이 갈등은 잘 해결될 수 있을까.
(서울=뉴스1) 음상준 보건의료전문기자 = 교통사고를 겪은 상당수 환자는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린다. 대형 추돌사고를 겪은 경우라면 팔·다리가 골절되거나 장기 파열로 큰 수술을 받고 최소 수개월 동안 입원치료를 받는다.
하지만 상당수 환자는 특정 부위에 통증을 느끼는 경증인 경우가 많다. 그런 이유로 교통사고 후 한의원을 찾는 환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한의원에서는 약침과 부항, 침전기자극술, 추나요법 등 근골격계 질환에 적합한 치료행위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첩약 처방이 함께 이뤄지는 게 일반적인 한의진료 개념이다.
그런데 보험업계는 이를 과잉진료로 규정하고, 첩약일수를 현행 10일에서 5일로 줄이자고 줄기차게 요구 중이다. 국토교통부까지 이 의견을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돈 먹는 하마?…한의계 "속내는 환자보다 경비 절감"
손해보험협회는 지난 2015년 3600억원 규모인 자동차보험 내 한의진료비가 2022년 1조5000억원으로 증가했다는 자체 통계를 발표했다. 협회는 이를 근거로 한방 의료기관이 의료기관보다 진료비 규모가 크고, 일부 한의사가 과잉진료를 유도한다는 논리구조를 만들었다.
지난해 대형손보사 4곳의 환자 1인당 한의진료비 평균은 108만3000원으로 의료기관(33만5000원)의 3배가 넘었다는 주장도 내놨다. 특히 경증 환자에게 보험금이 과도하게 새 한의진료를 '자동차보험금 먹는 하마'로 비난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대형손보사야말로 겉으로는 과잉진료를 말하지만 진짜 속내는 환자보다 비용 절감, 즉 돈에 더 신경을 쓰는 것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덕근 한의협 부회장은 "한의진료비 평균은 이미 50만원대로 감소세를 보였다"며 "무엇보다 교통사고 환자들이 의료기관보다 한의원을 더 많이 찾는 것은 적합한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환자들이 한의진료를 선택했는데, 이를 과잉진료로 규정하는 근거가 무엇이냐"라고 따져 물었다.
◇첩약일수 5일 한방치료에 안 맞아…합의했단 주장도 선 그어
한의계는 대형손보사들이 한의원 첩약일수를 10일에서 5일로 줄이자는 주장에 대해 "한의치료 개념을 전혀 모르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3일, 5일 등 의료기관의 처방 관행을 한의계에 그대로 적용해 발생한 오류라는 것이다.
안 부회장은 "첩약은 통상 하루에 2첩씩, 열흘 동안 20첩을 복용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첩약을 5일로 줄이는 것은 환자를 치료하다 말라는 것과 똑같다"고 지적했다. 첩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에서도 10일분 단위 탕전 비율이 99.7%에 달한다.
일련의 치료행위를 모두 묶어서 하나의 가격을 매기는 포괄수가제 특성상 현행 10일 처방을 5일로 줄이는 것은 한의원이 받아들이기 힘들다. 5일씩 두 차례 첩약을 처방하면, 한번 할 때보다 탕전료와 진단료가 두 배로 발생하지만, 이를 전혀 보존받지 못하게 된다.
한의협이 지난 2013년 처방일수를 5일로 줄이는 것에 찬성했다는 일부 보험사 주장에 대해서도 협회는 "당시 담당 실무진이 바뀌는 과정이었고, 기망에 의한 착오에 불과하다"며 "향후 5일로 줄이는 것에 합의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손보사들은 당시 속기록을 토대로 잘못된 주장을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만난 홍주의 회장…"강행하면 한의사 말살정책으로 간주"
첩약일수 단축 방안에 대해 한의계 입장은 강경하다. 홍주의 한의협 회장은 최근 삭발 뒤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지난 30일 홍 회장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을 만나 첩약일수 단축 방안을 즉시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홍 회장은 "교통사고 환자의 한의진료 선호는 한의원과 한방병원의 환자 수 증가뿐만 아니라 의료기관 환자 수 감소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자동차보험 전체 진료비 관점에서 수가 상승 등을 고려하면 연평균 3.93% 진료비 증가는 자동차 보험금에 미치는 부담은 극히 미미하다"고 강조했다.
한의협은 정부와 손보사들이 첩약일수 축소를 밀어붙일 경우 '한의학 말살'로 규정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안 부회장은 "국토부 계획대로라면 한의원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한의사 말살 정책으로 볼 것이다.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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