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전자-TSMC '2나노 전쟁'에 인텔·라피더스도 출사표 [美 보조금 덫에 걸린 K반도체]

김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03 18:24

수정 2023.04.03 19:19

(中) 초격차 기술 경쟁 불붙었다
삼성전자 '셸 퍼스트' 전략 도입
TSMC, 80조 투자 공장 건설
인텔, 내년 2나노 상용화 목표
中 파운드리 업체도 경쟁력 강화
삼성전자-TSMC '2나노 전쟁'에 인텔·라피더스도 출사표 [美 보조금 덫에 걸린 K반도체]

기술 난도가 높아 그동안 TSMC와 삼성전자의 전유물이었던 10나노(1㎚=10억분의 1m) 미만 파운드리 공정에 미국의 인텔과 일본의 반도체 연합군 '라피더스'가 출사표를 내며 선단공정(초미세공정)을 둘러싼 각국의 기술경쟁이 뜨겁다. 한편 미국의 대(對)중국 제재에도 중국 반도체 업체의 저력도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초미세공정 춘추전국시대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미·중 간 패권경쟁이 반도체 업계의 기술경쟁을 격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대만 TSMC와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반도체 초미세공정 경쟁에 일본, 미국 기업도 가세하며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진검승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1, 2위인 TSMC와 삼성전자의 경쟁은 최근 3나노에 이어 2나노 공정으로 전장을 넓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3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했다.
같은 해 12월 TSMC도 3나노 양산을 시작하며 추격에 나섰다. 삼성전자가 첨단공정에서 TSMC를 '역전'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양사는 2025년까지 2나노 생산을 목표로 설정했다.

TSMC는 대만 신주에 약 80조원을 투자해 총 4개의 2나노 공정 팹(생산공장) 건설에 나섰다. 또 엔비디아, 시놉시스, ASML과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새기는 리소그래피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등 2나노 공정 대비에 분주하다.

2027년 1.4나노 공정 도입을 공식화하며 자신감을 드러낸 삼성전자는 TSMC를 따라잡기 위한 비장의 무기로 '셸 퍼스트(Shell First)' 전략을 내세웠다. 파운드리에 필수적인 '클린룸'을 먼저 조성해 주문이 들어오면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선제적 투자전략으로, 삼성전자는 평택뿐 아니라 현재 건설 중인 미국 테일러 공장의 2라인을 셸 퍼스트에 맞춰 투자할 방침이다.

미국와 일본 기업들의 출사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차세대 로직반도체 국산화 양산을 목표로 야심차게 출범한 일본의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는 2027년까지 2나노 이하 제품의 국산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던 '반도체 제왕' 인텔도 2021년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발표한 후 △3나노(올해 하반기) △2나노(2024년) △1.8나노(2025년) 제품을 생산하겠다고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초격차 기술로 글로벌 초미세공정 경쟁을 돌파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삼성은 파운드리 영역에서 대형사들과 △사업영역 중첩 △디자인 유출 우려 △최종재 시장 경합 등을 이유로 캐파가 적은 물량을 많이 수주하면서 수율 안정화와 경제성 확보에 애를 먹었다"면서 "TSMC와 대등한 구도에서 경쟁할 수 있느냐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2세대 공정의 안정화 및 수율 제고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3나노 공정에 세계 최초로 GAA 신기술을 적용해 TSMC보다 6개월 앞서 양산에 성공했다. TSMC는 2나노 양산부터 GAA 공정을 채택할 예정이다.

■'레거시 반도체 강자' 中기업 '복병'

미국의 강도 높은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존재감도 여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파운드리 상위 10개 기업 중 3개가 중국 기업으로, △SMIC(중신궈지) △화훙반도체 △넥스트칩 등 이들 기업의 합산 점유율은 10%를 넘어섰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반도체공학회 부회장)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도 '레거시 반도체' 때문에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교수는 "초미세공정에 비해 수익성은 낮지만 레거시 반도체는 전자제품의 80%와 군수품으로 쓰인다"면서 "SMIC 등 중국 파운드리 기업이 지금 당장은 수세에 몰려 미세공정 투자를 못하더라도 레거시 공정에 집중한다면 향후 파운드리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SMIC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54억4000만달러) 대비 33.6% 늘어난 72억7000만달러(약 9조4000억원)로 집계됐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7억달러에서 18억2000만달러(약 2조3500억원)로 7.1% 증가했다.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매출, 순이익 모두 사상 최고기록을 세운 것이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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