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차 스탠드업 코미디언 대니초
억대 연봉 포기하고 미국서 시작한 스탠드업 코미디
美 커리어 포기하고 건너온 '불모지' 한국
"스탠드업 코미디만으로 먹고 살 수 있는 환경 만드는 게 꿈"
억대 연봉 포기하고 미국서 시작한 스탠드업 코미디
美 커리어 포기하고 건너온 '불모지' 한국
"스탠드업 코미디만으로 먹고 살 수 있는 환경 만드는 게 꿈"
[파이낸셜뉴스] " 한국 스탠드업 코미디언들이 마이크 앞에 서는 것만으로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23년차 스탠드업 코미디언 대니초(사진)는 4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가장 이루고 싶은 현재 목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스탠드업 코미디는 무대에서 '마이크 하나만 들고 말로 웃기는' 코미디다. 1분 당 적어도 3번은 웃겨야 스탠드업 코미디고, 아니면 강연 프로그램과 다를 바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재미교포인 대니초는 19살 때 '너는 웃긴데 스탠드업 코미디에는 왜 도전하지 않느냐'는 친구 말을 계기로 아마추어 무대에 오르게 됐다. 미국에서 억대 연봉을 주는 컨설팅 회사에 들어갔지만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을 3년간 병행하다 회사를 그만뒀다.
그는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회사를 관뒀다"며 "모든 시간을 스탠드업 코미디에 쏟는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몇년만에 그가 포기한 억대 연봉을 스탠드업 코미디만으로 벌 수 있게 됐다. 미국이 스탠드업 코미디의 본고장인 만큼 관련 재능을 갈고 닦았다. 미국 내 각종 CF·드라마 등에 출연해 이름을 알렸고, 전세계 투어를 돌며 관객들과 소통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이름을 날리던 그가 '스탠드업 코미디 불모지' 한국에 정착하게 된 건 2017년, 국내 코미디언들의 공연을 본 뒤였다.
그는 "한국 코미디언들이 서울 홍익대 인근에서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하는 것을 우연한 계기로 보게 됐다. 문제는 그들이 호흡을 어디서 줘야 하는지, 텐션을 어떻게 올려야 하는지 등을 몰랐다는 거다"며 "코미디 노하우를 알려주고, 도와주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먼저 한국에서 공연을 한 다음 알려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영어로만 하던 스탠드업 코미디가 한국어로도 먹힐까 궁금했다. 막상 공연에 서니 반응이 뜨거웠고 그 뒤 본격적으로 한국에서 활동하게 됐다"고 전했다.
대니초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을 꿈꾸는 이들을 모아 공연을 열기 시작했다. 자신의 코미디에 자신감이 없는 후배들에게는 "100명 중 10명이 네 스타일을 싫어한다면, 널 좋아하는 90명에게 집중하라"고 북돋아줬다.
그는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활동하는 이유는 이 일(본토 미국의 코미디 스킬을 한국어로 가르치는 것)은 나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후배들이 스탠드업 코미디만으로 먹고살 수 있도록, 내가 없어도 잘 굴러갈 수 있게끔 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대니초식 스탠드업 코미디는 한국에서도 통하기 시작했다. 최근 유튜브 쇼츠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된 공연 영상 조횟수가 약 5400만번을 넘었다. 첫 전국 투어 역시 대부분 매진됐다.
그는 "더 많은 스탠드업 코미디언들과, 더 많은 한국 관객들이 만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꿈"이라며 "코미디에 진심인 편이라 스탠드업이 아닌 또 다른 유형의 공연도 구상중"이라고 전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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