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인간 욕망 불지른 '코인 광풍'… 살인·강도·사기 판친다

주원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04 18:27

수정 2023.04.04 18:27

2021년 가상자산 범죄 피해 3조
강남 납치·살인도 투자실패 원인
루나 사태 피해자 20만명 달해
강남 납치 살인 사건의 범행 동기가 가상자산 투자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유력해지면서 '코인 광풍'이 불러온 강력 범죄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끌족'이 '한탕'을 위해 가상자산에 투자하고, 그 욕망을 이용한 사기 범죄가 성행하면서 과열된 분위기가 야기한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는 것.

■배후에도 코인?

4일 경찰 등에 따르면 강남 납치 살인 사건의 관련 인물들이 가상자산 투자와 사업 등에 관련이 있다는 정황이 줄줄이 밝혀지면서 경찰은 계좌를 들여다보며 관련 거래내역을 조사 중이다.

피해자 A씨와 주범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모씨(35)가 과거 가상자산 관련 형사사건에도 연루된 사이였고, 이씨가 지난 2020년 A씨 가상자산 회사에 돈을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 정황도 발견됐다. 뿐만 아니라 A씨 남편은 가상자산 관련 회사를 운영하다 현재 사기 혐의로 구속 상태이고, 배후로 지목돼 출국금지 조치를 당한 제 3의 인물들도 코인 관계자라는 것이 알려졌다.

가상자산 관련 사기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가상자산 관련 범죄 피해액이 3조1282억원으로 역대 최고에 달했다.
지난 2022년은 1조192억원 규모였다. 가상자산 관련 유사 수신 및 불법 다단계 범죄는 총 626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59명이 구속됐으며 2093명은 불구속 처리됐다.

지난 2021년은 비트코인 가격이 최고가를 갱신하며 코인 열풍이 절정에 달했을 때다. '장난으로 만들었다'던 도지 코인 거래액이 15조원을 기록했고 흔히 '스캠'으로 불리는 많은 불량 코인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씨가 가상화폐에 투자한 것도 코인 열풍이 한창이던 이 무렵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그가 투자해 8000만원의 손실을 봤다는 P코인은 지난 2020년 12월 21일 1만1600원대에 거래됐으나 현재는 7원으로 99% 이상 폭락했다. P코인은 별다른 호재가 없음에도 상장 후 4배로 폭등했다가 다시 폭락했다. 시세 조작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 코인이 상장된 코인원 거래소는 브로커가 뒷돈을 받고 일부 코인을 상장시킨 혐의도 받고 있다.

■"돌려막기 구조 근절해야"

문제는 이같은 사기와 피해자가 끊이지 않으면서 또 다른 사회 혼란과 강력 범죄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관련 범죄에 대한 엄중 대응을 수차례 발표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 일례로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피해자는 국내에서만 20만명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며 이들의 피해는 전혀 보전되지 않은 상황이다.


테라 루나를 발행한 차이코퍼레이션의 권도형 대표는 "'스테이블 코인'으로 알고리즘을 통해 안정성을 보장한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돌려막기' 구조의 사기였음이 드러났다. 이와 유사한 크고 작은 코인 사기와 피해자들의 소송은 지금도 끊이지 않는 형편이다.


법무법인 광야의 금융전문 예자선 변호사는 "가상자산 금융사기는 뒷사람의 돈으로 돌려막다가 빠지는 폰지 구조가 본질"이라며 "투자 빙자 사기에 '사기적 부정거래(자본시장법)'을 적용하여 수사를 조기에 개시하고 전담인력이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연구해 금융 다단계 구조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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