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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교육단체협의회 박재완 회장에게 듣는다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05 18:15

수정 2023.04.05 18:15

"혁신 이룬 기업가 정신, 학교에서 배울 기회 만들 것"
대담 = 손성진 논설실장
소득·교육은 선진국 수준인데
경제 이해력 겨우 낙제 면할 정도
금융 문맹률은 67% 달해 심각
청소년·취약계층에 중점 두고
생애주기별 맞춤형 경제교육
박재완 경교협 회장이 본지와 인터뷰에서 경제교육 개편 방향과 한국 경제의 도약을 위한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박재완 경교협 회장이 본지와 인터뷰에서 경제교육 개편 방향과 한국 경제의 도약을 위한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질서 속에서 한국이 초강대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국민들이 혁신적인 지식역량으로 똘똘 뭉쳐야 합니다."
박재완 신임 경제교육단체협의회(경교협) 회장은 지난 3일 서울 성동구에 있는 협의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 회장은 우리나라가 세계 '빅5'로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국민의 경제 이해력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분산된 경제교육을 생애주기별 맞춤형으로 전면 개편하고, 교육방식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데 매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또 반기업 정서로 빛이 바랜 기업가 정신을 재조명하겠다고 덧붙였다. 경교협은 경제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경제 5단체가 중심이 돼 2018년 설립된 조직이다.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박 회장은 한계생산성이 떨어지는 시점에 다다른 한국 경제가 질적으로 도약하려면 총요소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산업구조 재편에 채찍을 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리 국민의 경제 이해력 수준은.

▲2021년 기재부 조사에서 평균 56.3점이 나왔다. 겨우 낙제점을 면한 수준이다. 최근 3년 내에 경제교육을 받은 사람은 겨우 2%다. 금융 문맹률도 심각하다. S&P가 2018년 내놓은 세계 금융 이해력 조사에서 한국은 142개국 중 77위였는데 금융 문맹률은 무려 67%다. 응답자의 88%가 학교 수업 외에 별도 경제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선진국이 되려면 국민의 경제 아이큐(IQ)도 높아야 하는데 방법은.

▲수준 차이를 두지 않고 천편일률적으로 주입하는 경제교육은 효과가 없다. 교육 대상자를 생애주기로 구분하고 맞춤형으로 경제교육 프로그램을 짜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아동, 청소년, 청년, 장년, 노년으로 구분한 5대 생애주기를 기본으로 6대 핵심 경제역량과 60개 경제교육을 도출한 프로그램이 있다. 이에 맞춰 경교협은 성인과 취약계층 교육에 역점을 두려고 한다. 취약계층으론 탈북민, 자활청소년, 낙후지역 주민, 다문화가정이 포함된다. 군 사병과 간부의 경제교육도 적극 모색 중이다.

―빈곤과 삶의 질 저하가 우려되는 노년층 경제교육은.

▲실버세대는 디지털 문해력이 떨어지고, 디지털 금융 이해력이 낙제점에 가깝다. 근로소득만으론 남은 30∼40년의 노년을 버티기 어렵다. 평생 경제학습을 해야 노후까지 안락한 생계를 영위할 수 있다. 근로자로 일할 때 일부 여유자금을 주식·채권·부동산에 투자해왔다면 자본가 신분으로 은퇴기를 꾸려야 한다는 보고서가 나온 적이 있다. 고령화에 따라 한 사람이 근로자이면서 자본가 역할을 함께 수행하는 '대중 자본주의(Crowd Capitalism)'가 보편화할 것이라는 요지다.

―기업가 정신도 경제교육의 한 축 아닌가.

▲기업이 혁신을 거듭한 덕분에 우리나라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다. 짧은 기간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건 기업인들의 도전정신과 애국심, 근로자의 근면·성실 덕분 아닌가. 기업의 사회 기여나 시장경제의 순기능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초·중·고교 교과서에 본받을 기업가로 등장하는 인물은 유한양행의 유일한 박사뿐이다. 혁신과 창의력을 발휘한 훌륭한 기업가들의 경영정신과 활동을 균형 있게 배울 기회를 줘야 한다. 영국은 중·고교 교육과정에서 기업가 정신을 가르친다. 우리는 이런 커리큘럼이 취약해 장래희망에 안정적인 공무원 혹은 회사 취업이 많고 창업이나 발명과 같은 도전적인 꿈은 적지 않나 싶다.

―외국에선 자녀 경제교육을 어떻게 하나.

▲인종별 평균소득과 재산 기준으로 단연 으뜸은 유대인이다. 종교와 교육이 큰 몫을 했다. 유대인은 물질적 성공이 신의 축복이라고 믿는다. 유대인인 워런 버핏의 아버지 하워드 버핏은 어린 버핏에게 20달러가 든 통장을 선물해 5년 후 120달러가 되는 복리의 마법을 깨닫도록 했다. 그 120달러로 11세부터 주식투자를 시작해 장기 가치투자의 중요성을 체험했다고 한다. 자신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며 자녀도 경제적 자립능력을 키우도록 유도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근로에 기초한 부모의 교육방식이 자녀의 부와 재무교육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도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 경제는 수출활로가 막히고, 기업 경쟁력도 위기를 맞고 있는데.

▲우리나라 수출은 제조업이 이끈다. 독일과 일본을 제외하고 선진국은 제조업에서 흑자를 내기 어렵다. 주로 서비스업에서 흑자를 보는 구조다. 우리는 중국에 중간재를 팔아 이익을 많이 내는 구조였는데, 중국이 발전하면서 중간재 수출이 크게 줄었다. 제조업의 수출 비교우위가 중국, 베트남 등의 부상으로 약화됐다. 초격차를 추구해야 한다.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소재·부품·장비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경쟁력이 밀리는 제품은 동남아시아로 이전해 수출을 하고 우리는 투자국 지위를 유지하는 식이다. 제조와 서비스 구분이 아닌 융합산업으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쪽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물론 서비스업도 전문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문화 콘텐츠가 빛을 발하고 있는데 금융이나 법률특허 사업지원서비스, 관광 등에서도 경쟁력을 갖춰서 흑자를 내야 한다.

―한국 경제의 혁신 속도가 기대보다 더디다는 우려가 있다.

▲제조업에서 디지털 전환이 너무 늦다. 빅데이터 활용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위권이다. 대기업도 전통 제조업에서 잔뼈가 굵어 디지털과의 융합에 익숙하지 않고, 투자액이 커 디지털 전환을 꺼리는 성향이 강하다. 저금리나 복지 남발, 재정팽창 등 손쉬운 확장정책과 부채의존 성장 기조 때문에 뒤늦은 비용청구서가 날아와 민생고가 가중되고 있다. 당장은 경제안정에 힘쓰면서 긴 호흡으로 총요소생산성의 걸림돌을 덜어내는 구조개혁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특히 돈을 더 들이지 않고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규제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 기득권을 축소하고, 국가가 개인을 무작정 챙기는 '보모국가'를 탈피하는 게 중요하다. 노동·교육·복지(연금)개혁에도 채찍을 가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미·중 패권경쟁 속에 낀 상황이다. 전략적 스탠스는.

▲우리는 자원빈국에다 남북 분단 등 지정학적 아킬레스건이 많다. 외교, 안보, 통상이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한다. 시장경제와 자유무역의 수혜자로서 선진 문명국인 미·일·유럽연합(EU)·호주와의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는 게 불가피하다. 어려울 때 도움을 받아 10위권 경제대국에 오른 만큼 그 지위에 걸맞은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국력이나 경제력이 강해지려면 국민의 집합적 역량이 매우 중요한 필요조건이다. 그다음으로 기여와 보상이 부합하는 공정한 사회경제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국민이 똑똑해 봤자 기여에 대한 보상이 일치하지 않으면 열심히 일하려는 동기가 발생하지 않는다.

―2기 회장으로서 올해 중점을 둘 사업은.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르면 경제과목은 경제, 금융과 경제생활, 인간과 경제활동 등 3과목으로 분화된다. 세 교과서에 어떤 내용을 넣을지 외부용역을 맡긴 상태다. 협의회 차원에서 올 상반기까지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교육자료의 디지털화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오프라인보다 디지털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콘텐츠를 많이 보급하는 게 효과적이다. 강의의 품질, 수강생 만족도를 높이려면 디지털 방식이 최적이다.


정리=
jjack3@fnnews.com 조창원 논설위원

경제교육단체협의회 박재완 회장에게 듣는다

■박재완 회장은

올해 경교협 2대 회장으로 취임한 박재완 회장은 제17대 국회의원, 청와대 정무수석·국정기획수석비서관, 고용노동부 장관, 기획재정부 장관(2011~2013년) 등 정계와 관계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공직을 떠난 뒤에는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을 지냈다.
현재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과 성균관대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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