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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막 오른 최저임금 전쟁, 무리한 요구보다 균형 찾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05 18:32

수정 2023.04.05 18:32

노동계 25% 인상 요구에
정부·경영계 동결로 맞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5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2023년 최저임금 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화상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5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2023년 최저임금 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화상
내년도 최저임금 전쟁이 시작됐다. 4일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18일 열리는 최저임금위원회 첫 회의를 앞두고 올해보다 무려 2380원 인상된 시간당 1만2000원, 월급으로 환산하면 250만8000원에 해당하는 인상안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은 이날 실질임금 하락과 치솟은 공공요금을 고려해 지난해 대비 24.7%에 이르는 인상요구안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 2년간 물가상승률(7.7%)이 최저임금 인상률(6.6%)을 앞지르며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저하됐다고 지적했다. 또 난방비 40%, 전기료 20%, 수돗물 값 71%, 대중교통 요금 30% 이상 인상을 근거로 댔다.

경영계는 수용불가 입장이다. 주휴수당을 반영할 경우 최저임금이 이미 1만원을 넘는다며 최저임금 기준을 업종별·지역별로 차등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도 최저임금 동결과 주휴수당 폐지를 요구했다.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인상되면 정상적인 아르바이트(알바) 고용은커녕 '쪼개기 알바' 같은 변칙 초단기 일자리가 쏟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언급한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 여부가 주요 변수이다. 지난해 최저임금위 심의에서 노동계의 완강한 거부에 밀려 표결에서 찬성 11명, 반대 16명으로 부결됐지만 당시 "심의에 필요한 기초자료 연구를 완료해 차년도 최저임금 심의 요청일까지 제출해달라"라고 권고했었다. 그 결과가 올해 제출될 예정이다. 그러나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들의 성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통상 27명의 위원(사용자위원 9명, 근로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중 공익위원들의 중재에 따라 의결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 공익위원 9명 중 8명이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인사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노동개혁이라는 태풍을 눈앞에 둔 노동계의 반발이 인상 폭을 이례적으로 높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인상 폭을 높여 잡는 게 노동계의 관행이라지만 24%가 넘는 인상 폭은 협상보다 투쟁을 예고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양대 노총이 일찌감치 대정부 투쟁 공동전선을 구축한 점도 여느 해보다 어려운 협상을 예고한다.

우여곡절과 난항을 겪겠지만 우리가 볼 때 올해의 관전 포인트는 최저임금이 사상 처음으로 1만원을 넘을 수 있을지 여부다.
인상률이 3.95% 이상으로 결정되면 1만원을 넘기게 된다. 최저임금 동결 전선을 형성한 정부와 사용자 측이 업종별 구분적용을 받아들일 수 없는 노동계에 최저임금 1만원 돌파라는 실리와 명분을 주는 선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것이 국민감정이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균형감 있는 최저임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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