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유족 8년 버틴 학폭 재판...3번이나 불참한 변호사 때문에 패소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06 13:36

수정 2023.04.06 17:23

유족 "어미의 가슴 도끼로 찍었다" 울분
권경애 변호사. 출처=유튜브 채널 금태섭티브이 캡쳐
권경애 변호사. 출처=유튜브 채널 금태섭티브이 캡쳐

[파이낸셜뉴스] 지난 2015년 학교폭력으로 숨진 피해 학생의 유족 측의 변호사가 재판에 3회 연속 불출석하는 바람에 8년을 이어온 소송 자체가 취하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유족 측은 "법을 잘 아는 변호사는 딸을 두 번 죽인 것이며 자식 잃은 어미의 가슴을 도끼로 찍고 벼랑으로 밀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유족 측의 원고 대리인은 이른바 '조국 흑서' 공동 저자로 알려진 권경애 법무법인 해미르 변호사(58·사법연수원 33기)이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유족 이모씨는 2016년 서울시·학교법인 및 관계자들·학교폭력 가해자 등 38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딸이 중·고등학교 시절 물리적 폭력과 사이버 폭력 등 집단 따돌림을 당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였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2월 소송 제기 6년 만에 가해 학생 부모 1명의 책임을 인정하고 5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19명을 상대로 항소했고, 가해 학생 부모도 항소했다. 그러나 이씨의 항소는 지난해 11월 10일 자로 취하됐다. 항소가 취하된 이유는 이씨 변호를 맡은 권 변호사가 재판에서 3회나 불출석했기 때문이다.

민사소송법에 따르면 항소심에서 소송당사자가 재판에 2회 출석하지 않으면 1개월 이내에 기일을 지정해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이마저도 출석하지 않으면 항소가 취하된 것으로 간주한다.

항소심 법원은 지난해 11월 24일 가해 학생 부모 측의 항소는 받아들여 원고 패소 결론을 내렸다. 이씨는 패소 사실을 알지 못해 대법원에 상고하지도 못했다. 항소 취하는 상고 자체가 안 된다.

권 변호사의 불출석으로 유족이 8년간 이어온 학교폭력 소송이 허무하게 끝나버린 것이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유족은 분통을 터뜨렸다. 이씨는 이날 SNS에 올린 글에서 "딸의 학교폭력 사건 소송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도무지 연락이 없어 변호사 사무실로 찾아가니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소송이 취하됐다'고 하더라"며 "가해자들이 재판에서 승소했다고 떠들고 다니겠구나 생각하니 미칠 것 같고 억장이 무너지다 못해 망연자실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도대체 왜 안 갔냐고 물으니 한 번은 몸이 아파서였고 다음 날은 날짜를 잘못 적어놔서 못 갔다고 한다"며 "제 아이를 두 번 죽인 것이며 자식 잃은 어미의 가슴을 도끼로 찍고 벼랑으로 민 것"이라 했다.

권 변호사는 항소가 취하된 지 4개월이 넘도록 유족에게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았다.

권 변호사가 이씨의 공개 사과문 작성 요구를 거부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이씨는 "권 변호사가 공개 사과문을 올리면 자기는 매장된다면서 그것만은 봐달라고 애원했다"며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 채 8년이라는 시간을 산산이 박살 내놓고는 알량한 변호사의 위신만 챙기는 말에 얼굴을 쳐다보는 것도 끔찍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그러면서 "소송이 취하되고 '자신도 너무 힘들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고 말하는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조국을 비판하고 이재명을 비판하고 정치를 비토하면서 똑똑한 척은 다했다"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이른바 '조국 흑서' 공저자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 비평 글을 올리며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권 변호사의 어이없는 패소에 유족은 수억 원에 이른 소송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SNS로 정치적 발언에 열을 올리는 사이 학폭 피해자와 유족을 두 번 죽인 셈이다.


이씨는 "지인이 '거액의 소송비 청구가 쏟아져 들어올 거라면서 어떡하냐'고 걱정했고 서울시교육청은 가장 발 빠르게 청구가 들어갔다고 한다"며 "청소 노동자로 풀칠하고 있는 제가 절대 감당 못 할 일"이라고 토로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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