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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65GB가 공짜'...KB리브엠 승인 앞두고 알뜰폰 '치킨게임' 시작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09 15:26

수정 2023.04.09 15:38

月 기본 15GB에 50GB 추가 7개월간 요금 0원
중소업체, 기본 15GB 공짜 요금제 출시 잇따라
KB리브엠 승인시 자본력 약한 업체 도산 우려

최근 중소 알뜰폰 업체들이 ‘KB리브엠’의 정식 승인을 앞두고 고객 확보를 위해 파격적인 요금제를 내놓고 있다. 에르엘모바일 '음성 100분 15GB+' 요금제 공지. 에르엘모바일 홈페이지 캡처
최근 중소 알뜰폰 업체들이 ‘KB리브엠’의 정식 승인을 앞두고 고객 확보를 위해 파격적인 요금제를 내놓고 있다. 에르엘모바일 '음성 100분 15GB+' 요금제 공지. 에르엘모바일 홈페이지 캡처

알뜰폰 시장이 KB국민은행 알뜰폰(MVNO) 사업인 ‘KB리브엠’의 정식 승인을 앞두고 벌써부터 '치킨게임'(저가경쟁)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월 데이터 65GB를 공짜로 제공하는 곳까지 등장하면서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장 소비자 입장에서는 값싼 요금제를 사용할 수 있지만 치킨게임이 심화될 경우 열악한 알뜰폰 업체들은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잇단 0원 요금제에 가입자 폭주
9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알뜰폰 시장에서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이 파격적인 요금제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LG유플러스망을 쓰는 에르엘모바일은 통화 100분, 문자 100건을 기본으로 제공하는 ‘음성 100분 15GB+’ 요금을 출시했다. 기본 데이터 15GB에 매달 데이터 50GB를 추가로 제공하며 소진시 최대 3Mbps 속도로 데이터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7개월간 요금은 0원이다. 모빙, 이야기모바일도 각각 SK텔레콤망, LGU+망 기반으로 이와 거의 동일한 조건의 ‘모빙 데이터 15G+’, ‘월 0원’ 요금제를 선보였다.

이지모바일도 0원 요금 경쟁에 뛰어 들었다. LGU+망 기반에 12개월간 매달 전화 100분, 문자 100건, 데이터 10GB 이상을 0원에 쓸 수 있는 ‘이지 10GB+1’ 요금제를 출시했다. 10GB 소진시 최대 속도가 1Mbps이지만 1년간 무료는 타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조건이다.

나머지 업체들도 통화, 문자 의무사용 건수 없는 7GB+1Mbps 요금제를 0원에 출시하며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파격적인 요금제의 등장으로 해당 업체들에 가입자가 몰리면서 홈페이지가 다운되거나 개통이 지연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4월 알뜰폰 저가 요금제 경쟁 현황
통화 문자 데이터 월 요금
에르엘모바일 100분 100건 15GB+3Mbps. 월 50GB 추가 7개월 0원
모빙 100분 100건 15GB+3Mbps 7개월 0원
이야기모바일 100분 100건 15GB+3Mbps 7개월 0원
이지모바일 100분 100건 10GB+1Mbps 12개월 0원

■"남는 것 없어.. 품질 경쟁해야"
알뜰폰 업체들간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값싼 가격에 데이터 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최근 정부가 가계 통신비 절감을 위해 알뜰폰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취지와도 부합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오는 12일 KB리브엠의 정식 승인이 유력한 상황에서 치킨게임을 벌이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리브엠이 승인될 경우 다른 금융업체들도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면 지금보다 더 치열한 치킨게임 양상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저가 경쟁에 힘입어 시장이 활성화되더라도 금융사들 대비 자본력이 부족한 일반 알뜰폰 사업자들은 도산할 수 밖에 없다.
이미 과거에도 많은 알뜰폰 업체들이 사업을 접은 바 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이달 들어 리브엠 승인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중소 알뜰폰 업체 중심으로 초저가 요금제가 많이 나오고 데이터 추가 프로모션도 벌이는 등 경쟁에 불이 붙은 느낌”이라며 “이 같은 초저가 요금제는 대부분 적자일텐데, 시장 경쟁이 치열하니 수익이 안 나더라도 일단 가입자를 확보하자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저가 요금제가 고객들에게는 좋을 수 있지만 업계 전체를 생각하면 저가 경쟁보다는 품질 경쟁을 하는 게 맞다”면서 “보이스피싱 예방, 고객센터, 홈페이지 접근성 등의 문제 해결에 경쟁해야 하는데, 0원 요금제로는 남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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