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곤충 피부 모방해 인공혈관을 만들었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09 12:12

수정 2023.04.09 12:12

고려대 연구진, 새로운 인공혈관 개발
톡토기의 물·기름 밀어내는 원리 응용
혈관 내 혈액 달라붙지않아 혈전 차단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최연호 교수팀과 안암병원 흉부외과 정재승 교수팀이 개발한 인공혈관(오른쪽)은 기본 튜브와 비교했을때 내벽에 혈액이 들러 붙지 않는다. 최연호 교수 제공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최연호 교수팀과 안암병원 흉부외과 정재승 교수팀이 개발한 인공혈관(오른쪽)은 기본 튜브와 비교했을때 내벽에 혈액이 들러 붙지 않는다. 최연호 교수 제공
[파이낸셜뉴스]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최연호 교수팀과 안암병원 흉부외과 정재승 교수팀이 곤충의 표면을 모방해 인공혈관을 개발했다. 이 인공혈관은 피부로 호흡하는 톡토기가 물과 기름 성분을 피부 밖으로 밀어내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물과 기름의 성질을 모두 갖고 있는 혈액이 인공혈관 내벽에 달라붙어 굳어지는 혈전을 막을 수 있다.

최연호 교수는 "톡토기 피부를 모방해 제품의 표면을 만들면 지금까지 나왔던 다양한 코팅법과 다르게 영구적으로 자가세척하거나 더러워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9일 말했다.
예를들어 의료용 방오 패치나 혈관 운송용 튜브, 피막형 스텐트의 막 등의 다양한 의료기기 및 의료 소재의 표면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야외에 설치하는 태양광 패널에 사용하면 자동차 차체를 발수코팅한 것처럼 먼지나 이물질이 달라 붙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최연호 교수팀과 안암병원 흉부외과 정재승 교수팀이 개발한 인공혈관(아래)은 혈액이 들러붙지 않아 혈액이 빠르게 흐를수 있다. 최연호 교수 제공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최연호 교수팀과 안암병원 흉부외과 정재승 교수팀이 개발한 인공혈관(아래)은 혈액이 들러붙지 않아 혈액이 빠르게 흐를수 있다. 최연호 교수 제공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인공혈관의 성능을 확인해보기 위해 서울삼성병원 조양현 교수와 함께 실험했다. 토끼 목 부위에 있는 정맥과 동맥에 인공혈관을 연결해 혈액순환 안정성을 살펴봤다. 그결과 인공혈관 내벽에 달라붙는 혈전이 기존에 사용하는 인공혈관보다 99% 줄었다. 또한 혈액이 혈관을 타고 흐르는 속도도 80%이상 개선됐으며, 혈전이 만들어지는 혈소판도 60%이상 감소했다.

연구진은 "이 인공혈관이 기존에 혈액 응고 지연제 등 약물을 써서 혈전을 막는 방법과 비교했을때 약물 치료 이후 출혈이 일어나거나 저혈소판증 발생 등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인공혈관을 화학물질로 코팅하는 것보다 체내 안전성에서 매우 높은 장점을 가진다.

연구진은 인공혈관을 만들기 위해 반도체 제작과 같은 미세구조 제작에 활용되는 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입자를 이용한 구조 제작법과 마이크로 크기의 제작에 많이 사용하는 포토리소그래피를 적용했다.
이후 관 형태로 만들기 위해 유연한 발수유성 표면에 말아 올리는 공정을 추가해 항응고성 인공혈관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인공혈관은 직경이 매우 작음에도 동일소재의 일반적인 튜브와는 다르게 혈액이 잔여물 없이 빠르게 흘러갔다.


한편, 연구진은 이 인공혈관 기술을 마이크로 및 나노 소재 분야 세계적 권위의 국제학술지 '스몰(Small)'에 지난 3월 29일 발표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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