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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공사비 200만원 올렸는데 ‘원가 부담’ 건설사들 입찰 손사래

이종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10 18:34

수정 2023.04.10 18:34

시공사 못찾은 영등포 남성아파트
조합, 3.3㎡당 719만원 제시에도
자재비 치솟아 건설사들 입찰 포기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 조합들이 시공사 구하기에 애를 먹고 있다. 치솟는 공사비 부담에 일정수준이 아니면 건설사들이 아예 입찰에 나서지 않고 있어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남성아파트 재건축조합이 3.3㎡(평)당 공사비를 700여만원으로 책정했지만 시공사 찾기에 실패했다. 이 조합은 앞서 네 차례 입찰에서도 건설사를 선정하지 못했다. 지난 2월말 다섯 번째 공고를 내면서 공사비를 525만원에서 719만원으로 200만원 가량 올렸지만, 단 한곳도 응찰하지 않았다.

증액된 공사비에도 집을 짓겠다는 건설사가 나서지 않자 조합들은 긴장하는 분위기이다.


남성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1만5669㎡ 부지에 지하 3층·지상 28층, 공동주택 488가구 및 부대복리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거듭된 입찰 실패에 이번에는 공사비를 200만원이나 높였지만 결국 시공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조합 관계자는 "건설사 선정을 다시 진행할지 논의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입찰 실패에 대해 건설업계는 예견된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공사비 폭등으로 3.3㎡당 700만원대는 기본이고, 1000만대원도 나오는 상황에서 소규모 단지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부산에서는 한 재건축 조합이 시공사로부터 공사비로 3.3㎡당 1000만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제시 받았다. 부산진구 시민공원 재개발 촉진 2-1구역의 시공사는 조합에 3.3㎡당 987만2000원의 공사비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강남권 등 핵심입지의 경우 재건축·재개발 공사비가 3,3㎡당 1000만원에 육박하는 경우가 있지만 지방서도 이 같은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공사비는 자재비 45%, 외주비 55% 등으로 구성되는 데 자재비는 물론 외주비도 껑충 뛰었다"며 "1년간 원가 상승률이 30% 인데 여기에 초고층으로 지을 경우 피난층을 만들고 구조도 강화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공사비는 3.3㎡당 900만원대로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고층 단지를 기준으로 예전에 600만~700만원이면 가능했으나 지금은 900~1000만원이 정상 가격이 돼 버렸다"며 "골조 협력사들의 경우 치솟는 인건비에 적자 누적으로 매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주요 건설사들의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철근(HD 10) 1t당 단가는 100만원에 육박한다. 지난 2000년 68만~70만원선과 비교하면 불과 2년새 40%가량 치솟았다.
같은기간 레미콘도 ㎡당 6만원대에서 8만원을 넘어서는 등 전반적으로 원가부담이 커졌다.

이같은 공사비 폭등은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다른 건설사 임원은 "공사비 3.3㎡당 1000만원시대는 분양가 3.3㎡당 1억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조만간 핵심 입지에서 이 같은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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