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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 인버스 ETN '활활'… 자금 90% 쏠림은 '위태'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11 18:05

수정 2023.04.11 18:05

천연가스 인버스 ETN '활활'… 자금 90% 쏠림은 '위태'
천연가스를 기초로 한 상장지수증권(ETN) 시장 자금의 90% 가까이가 인버스 상품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천연가스 가격 하락세를 타고 출시된 상품들에 투자금이 쏠렸다. 하지만 기초자산 가격이 뛰어오르면 상장폐지까지 당할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26개 천연가스 ETN 가운데 인버스 상품의 지표가치총액 비중은 87.25%(10일 기준)로 집계됐다. 전체 2조3246억원 가운데 2조282억원에 해당한다.

특히 상위 5개가 전부 '곱버스(역방향 2배)' 상품으로 전체 70.13%(1조6302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정방향 상품(14개) 비율은 12.75%(2964억원)에 불과하다.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던 천연가스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 꺾이면서 증권사들이 선물가격에 반대로 베팅하는 상품을 대거 내놓은 때문이다. 지난해 출시된 21개 ETN 중 13개가 인버스 상품이다.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지난해 8월 26일 MMBtu당 9.68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하강하고 있다. 이달 6일에는 전일 대비 6.68% 떨어져 2020년 9월(1.83달러) 이후 첫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런 영향으로 상위 4개 곱버스 상품은 올해 들어 각각 200% 넘는 수익률을 냈다.

문제는 인버스 상품이 전체 자금 약 9할을 잡고 있는 만큼 기초자산 가격이 급격히 뛸 경우 시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원자재 중에서도 천연가스 가격은 변동성이 크다. 대외적 원인에 크게 영향 받기 때문이다. 올해 초 유럽의 겨울이 이례적으로 따뜻했고, 난방 수요가 줄면서 천연가스 가격은 주저앉았다. 러시아정부가 루블화로 천연가스 대금을 결제하도록 하다가 외화 지불을 허용했다는 소식 역시 공급 복귀 의사로 해석되면서 하방 압력을 가중시켰다.

하지만 감산이나 전쟁 등에 따른 공급 차단은 언제든지 가격을 크게 띄울 수 있는 요인이다.
지난해 5월 '삼성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B'는 증시에서 퇴출된 바 있다. 천연가스 가격 급등으로 같은 달 4일 주당 955원으로 거래를 마치면서다.


한국거래소가 2020년 7월 이후 상장한 ETN에 대해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으로 △정규시장 종료시 실시간 증권당 지표가치 전일 대비 80% 이상 하락 △지표가치 1000원 미만 등에 해당하면 상장폐지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꾼 이후 첫 사례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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