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 이주민과의 공존은 이제 필수… 외국인정책 재점검해야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11 18:09

수정 2023.04.11 18:09

국내 미등록 외국인 40만명
2013년 이후 10년간 2배 늘어
국내 외국인 노동자 업무 현장
내국인 비선호 지역이 대다수
"외국인 노동자 고용제도 개선땐
미등록 체류율도 줄어들 것"
지난 2월 제주항 어선 부두 인근 화물차 짐칸에서 제주해경에 적발된 불법 체류 외국인들. 제주해양경찰서 제공
지난 2월 제주항 어선 부두 인근 화물차 짐칸에서 제주해경에 적발된 불법 체류 외국인들. 제주해양경찰서 제공
자신의 콘서트에서 태국인 불법체류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자 사과 인사를 전한 태국 가수 암 추띠마. 틱톡 캡처
자신의 콘서트에서 태국인 불법체류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자 사과 인사를 전한 태국 가수 암 추띠마. 틱톡 캡처

#1. 태국 인기 가수가 최근 내한공연을 열었다가 사과하는 일이 발생했다. 공연을 보러 온 태국인 불법체류자들이 대거 체포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태국 가수 암 추티마는 인천 남동구 논현동의 한 클럽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이에 인천출입국외국인청은 공연을 관람하려고 모여 있던 불법체류 외국인 83명(태국인 80명, 라오스인3명)을 적발했다.

#2. 정부는 농번기를 맞아 안정적 농촌 인력수급을 위해 외국인 계절근로자 체류기간을 현행 5개월에서 최장 10개월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외국인 계절근로자 2만4418명을 배정했다.
지난해 1만536명과 비교해 132% 증가한 규모다. 정부는 계절근로자로 입국해 출국하지 않고 불법체류하는 사례가 없도록 처우개선과 관리체계도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지난해 국내 불법체류(미등록) 외국인 수가 처음으로 40만명을 넘어섰다. 전체 외국인 체류자 중 불법 비율은 매년 늘어 20%에 육박하고 있다. 이에 따른 사건과 사고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법체류 외국인을 단순 단속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아닌 공존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10년 만에 2배 넘게 증가

11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8만3106명이던 불법체류 외국인은 지난해 41만1270명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불법체류 외국인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2021년을 제외하고 최근 5년간 증가하고 있다. 2018년 35만5126명, 2019년 39만281명, 2020년 39만2196명, 2021년 38만8700명을 기록했다.

전체 체류 외국인 중 불법체류율도 오르고 있다. 지난 2013년 11.6%에 불과하던 불법체류율은 2021년 19.9%까지 상승했으며 지난해 18.3%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불법체류 외국인은 41만317명, 불법체류율은 19%를 기록했다.

불법체류가 늘어난 만큼 범죄도 급증하고 있다. 2021년 외국인 피의자는 3만2470명이었는데 지난해 3만4511명으로 증가했다.

범죄 유형별로는 살인·강도·절도·폭력 등 4대 범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불법외환거래 등 지능범죄와 마약범죄가 그 뒤를 이었다.

■정부, 부랴부랴 이민청 설립 추진

불법체류 외국인이 지속적으로 늘자 정부는 출입국·이민 정책을 총괄하는 이민청을 설립할 방침이다. 범정부 차원의 통일된 정책을 신속하게 수립하고, 중복·비효율 외국인정책을 방지해 예산을 절감한다는 취지다.

법무부는 외국인정책이 '백년대계'라고 밝혔다. 지방을 중심으로 인구소멸 사태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익과 사회통합에 기여할 수 있는 이민정책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법무부는 올해 상반기 국내 체류 재외동포를 위한 맞춤형 비자정책을 추진한다. 음식업·숙박업 등 재외동포를 상대로 한 취업제한을 완화하고, 학력·한국어능력 등을 갖춘 청년동포 및 요양보호사 자격증 보유 동포에게 영주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다.

하반기에는 외국인정책을 국익과 사회통합 측면에서 평가하는 등 정책 정합성을 제고하기 위해 '외국인정책 사회통합 평가제'를 도입한다. 상반기까지 숙련인력의 기반이 되는 저숙련 비자 트랙(고용허가제)을 보완하고, 해외기술·국내유학·숙련기능 등 유형별 고숙련 비자 트랙도 신설한다.

이민정책 또 다른 과제인 불법체류자 감소를 위해 경찰과의 협업 등 상시단속도 강화한다. 단속 일변도 정책이 아닌, 입국규제 면제 등을 통한 자진출국도 유도한다. 실태조사, 전담기관 지정 등 계절근로자 관리체계도 상반기 안에 개선할 계획이다.

■"단속 강화는 부작용 낳아"

그러나 여전히 전문가들은 정부의 외국인정책이 '단속'에 집중됐다고 비판했다. 특히 불법체류의 정의부터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제호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불법체류라는 표현 대신 미등록 체류가 맞는 표현"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단순 체류기간 도과로 미등록체류가 된다. 코로나19 이후 한국에 재입국이 어려워 부득이하게 미등록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한국 사회는 이주민과 공존하며 살 수밖에 없는 사회가 됐으며 불안정한 체류 상태를 가지고 살아가는 게 외려 노동의 공백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까지 미등록체류를 사회적 위협으로 여기는 시선이 많아 주로 단속의 대상으로 여겨진다"며 "도덕적 해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구조적인 원인과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고용제도에 대한 재점검이 불법체류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냉정하게 현재의 고용허가제가 변화하는 한국 산업에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현재 불법체류자 통계는 사람들이 왜 미등록이 됐는지에 대한 분석은 보기 어렵다.
외국인 노동자와 이를 둘러싼 제도 분석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박영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또한 "대다수 외국인 노동자들은 내국인이 선호하지 않는 지역에서 일하고 있다"며 "그들이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면 자연스럽게 미등록체류율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단순한 단속 강화를 떠나 그들의 지위상 취약성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beruf@fnnews.com 이진혁 정원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