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강풍이 키운 강릉 산불… 민가 등 70여곳 잿더미

김기섭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11 18:35

수정 2023.04.11 18:35

야산에서 시작된 불 빠르게 확산
8시간 사투끝에 주불 진화 마쳐
피해 면적만 축구장 520개 규모
"우리마을 어떡해"
11일 강원 강릉시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이 인근 주택가까지 번지면서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다. 불타는 집들을 주민들이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강원 강릉시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이 인근 주택가까지 번지면서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다. 불타는 집들을 주민들이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강풍이 키운 강릉 산불… 민가 등 70여곳 잿더미
【파이낸셜뉴스 강릉(강원)=김기섭 김원준 윤홍집 기자】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산불이 경포 해변까지 급속도로 번지면서 축구장 500여개 면적의 임야가 불에 타는 큰 피해가 발생했다. 11일 오전 발생한 강릉 산불은 건조한 날씨 속에 강풍까지 불면서 급속도로 확산돼 인근 주택, 펜션, 문화재 등에 큰 피해를 입혔다.


순간풍속 30m의 태풍급 강풍이 불어 소방헬기 투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불이 더 빨리 번졌다. 오후부터 강풍이 차츰 잦아들어 산림당국이 소방헬기 4대 투입에 성공하면서 진화 속도가 빨라졌다.

11일 강원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24분쯤 강릉시 난곡동에서 발생한 산불은 '산불 3단계'까지 커지면서 경포 해변까지 빠르게 확산돼 막대한 재산피해를 냈다. 피해면적은 약 축구장 518개 면적(370㏊)으로 추정된다.

이 산불로 주택 40동과 펜션 28동, 호텔 3동, 문화재 1동(강릉 방해정)을 포함해 모두 72곳이 전소되거나 일부 소실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또 인근 주민 1명이 대피 중에 2도 화상을 입었으며, 진화 중이던 소방대원 2명이 가슴 부근에 2도 화상을 입었다. 이번 산불로 문화재 피해도 잇따랐다. 강원도 유형문화재 50호 방해정 일부가 소실됐고, 경포호 주변에 있는 정자인 상영정(비지정문화재)이 전소된 것으로 파악됐다.

불이 나면서 인근 리조트와 호텔 등에 투숙했던 708명도 대피했고, 경포대초등학교 학생 71명과 유치원생 11명도 화재 발생지와 거리가 먼 초당초교로 에듀버스를 이용해 대피한 뒤 귀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강릉 산불이 발생하자 즉시 조기진화를 지시했다.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은 이날 오후 강릉 산불 현장을 방문, 대응에 나섰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강원도산불방지센터에서 국무총리 주재 '강릉 산불대응점검 영상회의'에 참석, 진화 상황을 보고한 후 산불현장통합지휘본부가 위치한 녹색도시체험센터로 이동해 산불 대응에 나섰다. 김 지사는 "강릉지역을 특별재난지역에 포함되도록 중앙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릉 산불로 인해 인근 지역 열차운행도 차질을 빚었다. 코레일 강원본부는 이날 동해와 강릉을 운행하는 누리호 6편의 운행을 일시 중지했으며, 동해∼서울 간 KTX 열차는 출발과 도착역을 강릉으로 변경하고 강릉∼동해 구간에는 버스를 투입해 연계 수송했다.

산림청 중앙산불방재대책본부는 이날 강릉 산불의 원인은 전선 단락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산림청은 산불이 발생하자 곧바로 국립산림과학원과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 관계자 등 조사팀을 현장에 급파, 산불이 발화된 지점으로 추정된 곳을 보존하고 발화원인을 조사 중이다.

조사팀은 현재까지 조사 결과 강한 바람으로 나무가 부러지면서 전선을 단락시켰으며 그로 인해 전기불꽃이 발생, 산불이 난 것으로 분석했다.
조사팀은 이러한 정황으로 현장에 단락된 전선과 발화지점이 일치하며 지역 주민들도 비슷한 시간에 정전이 됐다고 말하고 있는 점 등을 제시했다.

kees26@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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