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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개정 양곡관리법, 미래를 보자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12 17:51

수정 2023.04.12 17:51

[특별기고] 개정 양곡관리법, 미래를 보자
식량안보가 국가적 중요과제인 상황에서 쌀은 국내 유일 자급 품목이면서 우리나라 토지와 기후 풍토상 영원히 지켜야 할 이 민족의 주곡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도 근래 과잉생산에 따른 남는 쌀 처리로 입법기관과 행정부가 극한 대치하는 볼썽사나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쌀 과잉생산은 근본적으로 우리 식생활의 변화로 쌀의 주 소비 방법인 밥으로 먹는 양이 급격히 줄어든 결과다. 쌀은 1980년대만 해도 한 사람당 연간 100kg을 넘어 소비했다. 2022년에는 56.7kg으로 전년대비 10.2kg나 줄었다. 지금의 인구 감소현상과 우리 식생활 행태로 봐서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개정된 법안의 취지는 이해하나 이 법안이 시행되기 전 부작용을 더 세밀하게 검토하고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보완, 대처방안도 포함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앞선다. 쌀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가격이 5~8% 하락하는 경우 강제 수매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기관 분석은 시장격리 의무화와 타 작물 재배지원을 병행해도 초과 공급량은 60만t 이상, 재정 부담은 1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고 이에 따른 쌀값 안정은 고사하고 오히려 하락 할 것으로 추정했다. 농민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이유이다. 이제라도 입법기관과 행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정치적 계산이 아닌 우리 식량안보와 농민의 소득보장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협의 과정에서 첫째, 앞으로 쌀 소비추세를 정확히 진단하고 이에 맞는 생산량을 추정한 다음 이에 따른 생산량 조정과 쌀 생산 농민의 소득 보전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후손을 생각하면 농지축소라는 소극적 방법보다는 농지를 이용할 수 있는 콩 등 대체 농작물을 적극 권장하고 이에 따른 보상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절대 부족한 밀 등 곡물을 연간 1700만t 내외 수입하고 여기에 72억달러를 지불하고 있어 이들 수입 곡물 대체가 주 대상이 돼야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얼마 전 쌀 산업 및 농업농촌 발전방안을 발표하면서 전략작물직불제를 활용해 논에서 쌀 대신 밀, 콩 등 주요곡물의 생산을 확대키로 한 것은 식량안보와 쌀 수급안정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둘째, 농민이 생산하는 쌀을 지금과 같이 한계에 이른 쌀밥 위주로 소비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가공 제품으로 만들어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국내 소비 확대뿐만 아니라 수출 확대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2022년 쌀 가공제품 수출은 가공밥과 떡볶이 등으로 1억8000만달러에 이르렀다. 가공제품의 소비 및 수출확대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고 시장도 국내·외에 있다. 셋째, 쌀밥용 고급 쌀과 각종 가공적성에 맞는 품종육종이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 특히 만성질환으로 세계적 관심대상인 당뇨 및 심혈관질환 개선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 쌀은 또 다른 세계적 수요가 있는 효자품목이 될 것이다.


또 앞으로 심도 있게 검토할 사항으로 특성에 맞는 벼 저장창고 확보와 볏짚과 왕겨, 미강 등 벼 가공부산물을 이용한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개발에도 관심을 두어야 한다. 밥 한 공기 다 먹기와 국회의원 세비를 쌀로 지급하자는 일부 의견은 쌀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수용 가능한 개선책을 기대한다.

신동화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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