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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를 그냥 둘 수 없었어요"...산불 현장 뛰어든 20대 공무원 화제

김기섭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13 10:31

수정 2023.04.13 12:49

지난 11일 강릉에서 발생한 산불이 경포대를 위협하자 박일규 징수과장은 직원 4명이 물을 뿌리고 있다. 강릉시 제공.
지난 11일 강릉에서 발생한 산불이 경포대를 위협하자 박일규 징수과장은 직원 4명이 물을 뿌리고 있다. 강릉시 제공.


【파이낸셜뉴스 강릉=김기섭 기자】 "사방으로 잔 불이 튀고 있었지만 아직 살아있는 강아지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어요.”
지난 11일 발생한 강릉 산불 현장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불 속으로 뛰어들어 동물들을 구하고 문화재를 지켜낸 강릉시 공무원들이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 중 한 명인 강릉시 에너지과 최세현(25) 주무관은 공직에 발을 디딘 지 6개월 뿐이 안된 새내기 공무원이다.

최 주무관은 같은 부서 김관표 주무관과 함께 지난 11일 산불이 강풍을 타고 경포호 쪽으로 번지자 인근 산 속 주택가를 방어하기 위해 지원을 나갔다가 우물에 빠져있는 강아지를 불길을 헤치고 구해냈다.

당시 갈색 강아지(코카스파니엘)가 농사용 우물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고 인근 주택은 산불로 전소해 잔 불이 사방으로 튀고 있을 정도로 상황이 급박했다.


하지만 잔 불이 튀는 현장에 접근한 최 주무관은 몸을 숙여 1m 깊이의 우물에서 강아지를 꺼내 현장을 벗어나는데 성공했다. 해당 주택에 살던 할머니는 주택이 전소되며 대피했고 집 근처에 우물에서 구조된 강아지는 주인을 아는 마을 이웃에 맡겨졌다.

최 주무관은 “물웅덩이가 더럽고 사방으로 잔불이 튀고 있어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강아지를 구하겠다는 생각으로 뛰어들었고 강아지를 웅덩이에서 끌어내 안정을 시킨 후 이웃집에 데려다줬다"고 말했다.

조근형 강릉시 에너지과장과 권혁천 주무관이 연기에 고통스러워하는 소들을 구해낸 축사. 강릉시 제공.
조근형 강릉시 에너지과장과 권혁천 주무관이 연기에 고통스러워하는 소들을 구해낸 축사. 강릉시 제공.

조근형 강릉시 에너지과장과 권혁천(27) 주무관도 안현동에서 진화작업 중 외양간에서 연기와 불길에 고통스러워하는 소들을 구해내는 용기를 발휘했다.

이들은 건초더미에서 피어나는 불길을 등짐 펌프로 잡아내 크게 번질 수 있었던 화재 현장을 정리했다.

권 주무관은 “화재로 발생한 연기에 고통스러워하는 소들에게 등짐 펌프에 있는 물을 마실 수 있게 해주었다”면서 “고통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동물들이 대피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까워 도울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강릉의 대표 문화재 경포대를 사수한 공무원도 귀감이 되고 있다.

박일규 징수과장은 직원 4명과 산불 진행 방향이 경포대로 향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경포대 언덕에 위치한 소화전을 확인, 개방해 경포대 주변 소나무와 숲이 흠뻑 젖을 정도로 오전 내내 물을 뿌렸다.

이어 경포대 누각 바로 옆에 위치한 소화전을 추가 확인 후 누각을 향해서도 물을 뿌렸으며 불길이 인접해 대피 명령이 있었음에도 소화전 호수를 이용해 경포대를 향해 물 뿌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박 과장은 "경포누각 지붕에도 불길이 튀었지만 오전 내내 물을 뿌린 결과 물기 가득 머금은 경포대는 산불 피해 없이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홍규 강릉시장은 "강한 바람이 불어 헬기도 뜨지 못해 진화작업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곳곳에서 시청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준 덕분에 큰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면서 “산불피해 복구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직원들에 큰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kees26@fnnews.com 김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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