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기업·종목분석

신평사는 메모리반도체 시장 어떻게 볼까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14 14:57

수정 2023.04.14 14:57

“실적변동성 흡수할 재무완충력 갖춰야”
반도체 시장 구조적 성장에는 의심 없어
삼성전자 7세대 V낸드 SSD 이미지 /사진=뉴스1(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7세대 V낸드 SSD 이미지 /사진=뉴스1(삼성전자 제공)
[파이낸셜뉴스] 좀체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두고 관련 기업들이 재무완충력을 갖춰야 한다는 신용평가사 의견이 나왔다. 산업의 구조적 성장세 자체는 확실하나, 수급이 막혀있는 현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적 변동성을 버텨낼 여력을 갖춰야 한다는 분석이다.

당분간은 흔들릴 것
14일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펑가는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평가를 내놨다. 김정훈 한신평 수석애널리스트는 “막대한 자본투자와 축적된 연구개발(R&D)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면서 3사(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과점구도는 공고히 유지될 전망인 만큼 사업안정성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이 같이 강조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하지만 대규모 자본투자가 역설적으로 수요예측 실패에 따른 기회비용 확대로 연결되고, 수요처 집중화로 업황 하강기 단기 실적변동성은 과거 대비 증대됐다”며 “이를 흡수할 수 있는 재무완충력과 재무정책을 더욱 비중 있게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또 시장이 상승 국면으로 전환되면 충분한 업황 수혜를 입을 SK하이닉스 경쟁력이 신용도를 지지하고 있다고 봤다.


다만 김 애널리스트는 신용등급이 안전하다고 단언할 순 없다며 “이번 하강기 대응 과정에서 재무 여력이 일부 소진된 만큼 순차입금의존도 등이 빠르게 회복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수요 회복 시기 및 반등 속도가 예상보단 더뎌 현 등급 수준에 부합할 정도로 재무안정성이 돌아오기 어렵다면 신용도 재점검이 단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적 부진 이유는
현재 반도체 시장에선 공급과 수요 부문이 모두 틀어 막혀 있다. 실적이 부진한 구조적 이유다.

공급 측면에서 고정비 상승 속도가 가팔라졌고, 그 규모 또한 거대화되면서 수요 예측 실패에 따른 기회비용이 커지고 있다는 게 우선적 문제다. 2021년, 2022년에는 ‘공정 전환(Tech Migration) 효과’가 메모리 공급 증가에서 상당 수준을 차지했던 2018~2019년 모습과 달리 설비증설 중심으로 확대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미세화 난이도 상승으로 기술 전환을 통한 비트 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가 둔화하면서 설비증설 방식으로 시장 수요에 대응하려는 유인이 확대된 영향”이라며 “기술적 한계라는 구조적 요인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이 추세가 지속되면서 향후에도 대규모 영업적자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수요에선 특히 지난해 이례적 부진을 겪었다.
수요처 집중도 상승이 업황 변동폭을 키운 제1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한신평에 따르면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 상위 10개 거래처 매출 비중은 2016년 50% 안팎에서 지난해 70% 내외까지 확대됐다.


김 애널리스트는 “최근 서버 중심 성장으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소수 하이퍼 스케일러향 매출 비중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이들의 중장기적 사업·재무전략 기반 구매정책 등에 따른 낮은 가격탄력성이 최근 메모리 가격하락에도 수요 회복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 중”이라고 분석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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