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3기 시작한 시진핑, 北 대만 카드로 美 패권 도전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14 18:16

수정 2023.04.14 18:18

최종현학술원, 美 CSIS와 화상 컨퍼런스 주최
'도광양회' 결별한 시진핑, 美와 본격적인 경쟁 추구
中, 러시아와 손잡고 대만 및 北 카드로 美 위협
美 위협하는 北은 中의 유용한 '전략적 자산'
美中 갈등 사이에서 '전략적 명확성' 추구하며 원칙 지켜야
14일 최종현학술원과 미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공동 주최한 ‘시진핑 3기 집권과 한반도’ 컨퍼런스에 참석한 연사들이 화상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최종현학술원 캡쳐
14일 최종현학술원과 미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공동 주최한 ‘시진핑 3기 집권과 한반도’ 컨퍼런스에 참석한 연사들이 화상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최종현학술원 캡쳐
[파이낸셜뉴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달 양회(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인민대표대회)를 마치고 집권 3기 정부를 공식 출범하면서 새로운 대외정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시진핑이 미국과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북한과 대만을 이용할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미국과 동맹들이 정확한 판단으로 "관리된 경쟁"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의 최종현학술원과 미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공동 발족한 ‘동북아·한반도 공동위원회’는 14일 ‘시진핑 3기 집권과 한반도’라는 제목의 화상 컨퍼런스를 통해 시진핑의 대외 정책을 논의했다.

미 하버드대학교의 조셉 나이 석좌교수는 현재 미중 갈등에 대해 중국이 먼저 불씨를 붙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은 2008~2009년 금융위기를 미국 몰락의 증거로 내세웠으며 덩샤오핑의 오랜 '도광양회(韜光養晦·자신의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 정책과 결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진핑은 첫 취임한 2012년 이후 자신의 입지를 정당화하고자 민족주의와 엄격한 당 통제를 한층 더 강조했다”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연원호 경제안보팀 팀장은 시진핑이 자신의 입지를 키우기 위해 미국과 갈등, 중국 내 공동번영 정책, 대만 통일을 적극적으로 내세운다고 추정했다. 그는 우선 시진핑이 이번 양회에서 정부 조직 개편을 통해 공산당의 영향력을 확대했다며 “중국 정부가 미 달러 패권 약화 및 중국 위안의 국제화와 같은 사안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이처럼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우선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와 밀착했다.

보니 글레이저 저먼마셜펀드 인도태평양 프로그램 국장은 최근 양국의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중국과 러시아의 상호의존성이 증대하고 있다”면서 "시진핑이 제 3세계의 리더로 비춰질 필요성이 있고 전 세계 주요 지도자들로부터 글로벌 강국으로 인정받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게 중국이 지원한 것처럼 푸틴도 시진핑을 도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대담에 참여한 패널들은 중국의 대만 침공이 미중 갈등에 끼칠 악영향에 대해 언급했다.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 2월 발표에서 시진핑이 중국군 지도부에게 2027년까지 대만 침공 준비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글레이저 국장은 "시진핑이 대만 침공에 실패할 경우 입지가 좁아지고 공산당의 정당성마저 약화될 수 있다”며 “결국 세기말까지 민족 부흥을 이루겠다는 시진핑의 최우선순위도 타격을 입는다”고 밝혔다. 이어 “시진핑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전쟁이 쉽지 않으며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따른다는 것을 배웠을 것이다”고 말했다.

시진핑이 쥐고 있는 또 다른 선택지는 북한이다.

글레이저 국장은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국익으로 여기지 않지만 북한에게 압력을 가하는 것도 국익으로 여기지 않는다”면서 "북핵 폐기를 위해 미국 및 한국과 함께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 중국에 별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글레이저는 중국이 북한에 비공식적으로 핵실험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지만 동시에 “북한에 추가 압력을 가하거나 유엔 대북제재를 강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이정민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미국의 힘을 약화하고 억제하려 한다"며 "이러한 관점에서 북한은 더 이상 중국에 전략적 부담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히려 북한이 중국에 전략적 자산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권력을 유지하고 핵 능력 및 비대칭 전력 개발을 가속화하는 한 북한은 한국, 일본, 그리고 물론 미국에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면서 “시진핑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의 핵 자산 증가는 큰 이득”이라고 주장했다.

하버드의 나이 석좌교수는 미중 갈등이 '새로운 냉전'이라고 불리지만 과거 미국과 옛 소련의 관계와 확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중이 옛 냉전과 달리 경제, 환경, 사회적으로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면서 "탈 동조화나 전면적인 대결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가 언급한 것처럼 ‘관리된 경쟁’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나이 석좌교수는 또 "미국이 중국보다 거의 모든 면에서 우위에 있다며 미국이 중국의 도발에 과잉대응하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면서 "한국 및 일본과 같은 동맹을 활용해 전략적 경쟁에서 균형잡힌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동맹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안호영 전 주미한국대사는 한국의 경우 미중 양쪽 모두의 편을 들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보다 ‘전략성 명확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에 명확하게 협력의 의사를 밝히는 동시에 우리의 외교 및 안보 정책은 중요한 규범에 입각할 것이고 이에 주권, 영토 보전,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 인권 등이 포함된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