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강남 마약음료' 6개월 전부터 준비… 1병에 필로폰 3회분

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17 18:19

수정 2023.04.17 18:19

국내 첫 '마약피싱' 범죄
7명 검거·3명 검찰 송치
주범·中 총책 등 적색수배
17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에서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 관련 압수품과 증거품이 공개되고 있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제공
17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에서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 관련 압수품과 증거품이 공개되고 있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제공
강남 학원가에서 '시음회'로 위장해 학생들에게 마약을 먹인 사건은 주동자 이모씨(25)가 중국 보이스피싱조직과 6개월 전부터 모의한 계획범죄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모씨(25)에게 지시한 총책이 따로 있을 것으로 보고 윗선을 캐는데 주력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17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제조책이 필로폰 10g을 넣어 마약 음료 100병을 제조했다. 음료 1병당 0.1g이 들어간 것"이라며 "직접 투약하기보다 음용하면 효과가 약하지만 그래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1병당 필로폰 1회 투약량(0.03g)의 3배 이상이 들어간 셈이다.

■마약과 보이스피싱 결합 신종범죄

지난 3일 한 보이스피싱 조직은 강남 학원가 일대에서 집중력 향상 기능성 음료라며 학생들에게 마약 음료를 제공한 뒤 다음날 학부모에게 전화해 자녀의 마약 투약 정황을 밝히겠다며 금품을 요구했다. 협박 전화를 한 조직원은 현금 1억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마약과 보이스피싱이 결합된 형태로 국내에선 처음으로 확인된 범죄 수법이다.

경찰은 마약 음료 제조책과 배포한 아르바이트생을 포함해 총 7명을 검거했고, 이 가운데 3명을 검찰에 넘겼다. 제조책 길모씨(25)는 범죄집단가입활동죄, 필로폰음료제조, 특수상해및 특수상해 미수, 미성년자에 필로폰 음료 제공, 공갈미수, 필로폰 수수 등 혐의로 구속송치됐다. 길씨에게 마약을 던지기 수법으로 제공한 박모씨(39)는 자신 또한 마약을 건네받아 전달했기에 필로폰 수수 혐의를 적용받아 불구속 송치됐다. 해외에서 걸려온 협박전화를 국내 전화번호로 변경해 발신할 수 있도록 중계기를 설치·운영한 김모씨(35)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사기, 공갈미수 공범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이씨, 中 보이스피싱조직과 공모

경찰은 길씨에게 범행을 지시한 이모씨(25)가 지난해 10월에 중국으로 출국한 뒤 그곳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해 범죄를 모의했다는 정황을 확인했다. 경찰은 현재 중국 체류중인 이씨가 보이스피싱 조직 내에서 중책을 맡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지만, 총책은 따로 있다고 보고 있다.

이씨는 중학교 동창 길씨에게 마약 음료 제조 및 배포책에게 전달할 것을 지시했다. 길씨는 인천에서 박씨가 던지기 수법으로 제공한 필로폰을 수거해 우유와 섞어 마약 음료 100병을 제조했다. 마약 음료병에 붙일 '메가ADHD'라는 라벨, 음료와 함께 배포할 사은품 인형을 중국에 있는 박모씨(39·중국 국적)에게서 전달받기도 했다. 길씨는 이렇게 만들어진 음료와 사은품을 서울에 있는 아르바이트생 4명에게 전달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대학 커뮤니티 등 앱과 사이트를 통해 일당 15만원 수준의 고액 아르바이트 공고를 보고 지원했고, 단순 기능성 음료 시음회로 알고 음료와 사은품을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배포했다. 이들은 학생들에게 설문지에 연락처와 인적사항을 기재하도록 한 뒤 마약 음료를 나눠 줘 총 18병이 현장에서 배부됐다. 이중 8병을 학생 8명과 학부모 1명 등 9명이 음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배부된 음료 가운데 4병은 음용되지 않았으나 나머지 6병에 대해서는 경찰이 여전히 추적 중이다. 이외에 배부되지 않은 마약 음료 가운데 2병은 아르바이트생이 직접 시음한 것으로 파악되며, 경찰은 미개봉된 음료 36개를 압수했다.
경찰은 나머지 44개는 폐기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범행을 지시한 이씨와 사은품을 전달한 박씨 등 중국에 있는 보이스 피싱 조직과 마약 전달책 박씨의 상선인 마약 조직을 수사 중이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았고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했으며, 중국 공안 당국과 공조수사할 예정이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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