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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터전 잃었지만 봉사에 참여”…대피소에 놓인 희망의 다리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18 15:10

수정 2023.04.18 15:10

산불로 운영하던 펜션을 잃었지만 현장에서 희망브리지 봉사단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기동 권양숙 부부가 현대자동차그룹의 후원으로 제작한 특수세탁차량 앞에서 촬영하고 있다 /사진=희망브리지
산불로 운영하던 펜션을 잃었지만 현장에서 희망브리지 봉사단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기동 권양숙 부부가 현대자동차그룹의 후원으로 제작한 특수세탁차량 앞에서 촬영하고 있다 /사진=희망브리지

[파이낸셜뉴스] 지난 11일 발생한 산불로 큰 피해를 본 강릉에서 훈훈한 소식이 전해졌다.

18일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따르면 산불로 수년간 운영하던 펜션을 잃고 이재민 대피소에서 생활 중인 이기동·권양숙 부부가 희망브리지의 봉사단으로 활동중이다.

희망브리지 김정희 사무총장은 “부부가 몸소 실천하고 있는 헌신과 나눔이라는 숭고한 가치는 피해 이웃들이 슬픔을 딛고 희망으로 가는 다리가 되어줬다”며 “두 분께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드리며, 여전히 찬기가 도는 대피소에서 생활 중인 피해 이웃을 돕기 위한 사회적인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고 기부 동참을 호소했다.

부부는 수년 전부터 매년 여행 목적으로 강릉을 찾다가 3년 전부터는 사근진해수욕장 근처에 위치한 펜션에서 거주하며 이곳을 운영·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부부는 “강릉이 좋아 매년 여행을 위해 찾았는데 얘기를 하던 도중 차라리 이곳에서 사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옮겨오게 됐다”고 말했다.

강릉에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부부는 산불이 발생한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전해왔다.
이 씨는 “불이 산에서 내려오길래 펜션의 손님을 빨리 대피시키고 서둘러서 마을 어르신 10여 명을 피신시켰다”며 “마지막 어르신이 대피하는 것을 보고 우리 부부도 서둘러 그곳에서 탈출했다”고 당시의 긴박했던 순간을 전했다.

강릉 아이스아레나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에서 이기동 권양숙 부부가 어르신이 필요한 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희망브리지
강릉 아이스아레나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에서 이기동 권양숙 부부가 어르신이 필요한 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희망브리지

부부는 현재 이재민들이 머무는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세탁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희망브리지가 현대자동차그룹과 롯데의 후원으로 제작·운영 중인 특수 세탁 차량을 통해 피해 이웃들의 빨랫감을 세탁·건조하고 개어서 돌려주고 있다.

대피소에 있는 고령의 노인들이 불편하거나 필요한 것은 없는지 돌보는 것도 부부의 주요 일과이다.
부부는 “정작 내가 티비에서만 보던 이재민이 되니 감사한 분들이 너무 많은 것을 알게됐다”라며, “봉사라는 것이 내 삶과 멀지 않고 참여에 대단한 결심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로 말했다.

대피소에서 함께 고생하고 있는 이웃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이씨는 “우리 부부도 막막하고 상황이 좋지 않지만 그래도 버틸 수 있는 것은 거동도 힘든 어르신과 같이 더욱 힘든 상황에 놓인 분들이 있기 때문이다”라며, “다 같이 침울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나부터라도 웃으려 한다.
불이 난 것은 불이 난 것이고 지금은 회복이 가장 시급하니 함께 버티며 (대피소에서) 오며 가며 마주칠 때 미소라도 지어주는 것이 서로를 위한 방법일 것 같다”라고 말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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