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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핵 전문가 "北 핵물질 증산 관련...영변 외 1~2개 비밀 핵시설 운영" 분석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19 10:03

수정 2023.04.19 10:03

북한이 최대 1만 개 원심분리기 가동, 이 중 4천개가량 영변 핵시설
나머지 6천 개는 1~2개의 비밀 장소에 있을 가능성 충분하다 설명
[파이낸셜뉴스]
美 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왼쪽)은 17일 북한이 최대 1만 개에 이르는 원심분리기(오른쪽 이미지)를 가동하고 있으며, 이 중 4000개 가량이 영변 핵시설에 있고 나머지 6000개는 1~2개의 비밀 장소에 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설명했다. 사진=미국의소리(VOA) 방송 캡처
美 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왼쪽)은 17일 북한이 최대 1만 개에 이르는 원심분리기(오른쪽 이미지)를 가동하고 있으며, 이 중 4000개 가량이 영변 핵시설에 있고 나머지 6000개는 1~2개의 비밀 장소에 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설명했다. 사진=미국의소리(VOA) 방송 캡처
美 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17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최근 김정은이 공언한 핵무기 개발을 위한 핵물질 증산 지시와 관련 북한이 영변 핵단지 외에 1~2개의 비밀 핵시설을 더 운영하고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이 가스 원심분리기에 필요한 재료와 장비를 꽤 많이 조달했다”면서, 북한은 자신이 추정한 것보다 몇천 개 더 많은 원심분리기를 확보했을 수 있으며 그것이 또 다른 비밀 장소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北 최대 1만 개에 원심분리기 가동, 영변에 4천개...6천개는 1~2개의 비밀장소 가능성
북한이 최대 1만 개에 이르는 원심분리기를 가동하고 있으며, 이 중 4000개 가량이 영변 핵시설에 있고 나머지 6000개는 1~2개의 비밀 장소에 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그동안 영변 외 또 다른 핵시설로 의심됐던 ‘강선 핵단지’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것도 북한이 1~2개의 비밀 핵시설을 더 운용하고 있을 가능성을 높인다고 분석했다.
강선 핵시설에 있던 원심분리기를 이미 또 다른 비밀 핵시설로 옮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이 추가 핵시설을 비밀로 유지하기를 원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영변과 강선으로 시선을 돌리고 제 3의 장소에 원심분리기를 집중 배치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이 최소 1~2개의 비밀 핵시설을 추가로 운영하는 것은 국제사회로부터 핵 개발 의심을 피하기 위해 원심분리기 프로그램을 극비리에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2000년대 초반 6자회담 당시 핵 검증을 위해 파견된 미국과 한국,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으로부터 원심분리기 시설을 감추기 위해 영변 외부로 관련 프로그램 옮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이 지난 2004년 파키스탄과 불법적인 핵개발 협력을 하면서 원심분리기 프로그램을 지원 받았다며, 이는 6자회담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었기 때문에 해당 시설을 숨겨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영변 핵시설(왼쪽)과 평양과 강선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 사진=Planet Labs Inc.·미국의소리(VOA) 방송 캡처
북한 영변 핵시설(왼쪽)과 평양과 강선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 사진=Planet Labs Inc.·미국의소리(VOA) 방송 캡처
■핵 개발 가속화 우려..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 비핵화 진전 의미 없어, 많은 보상 받게 해선 안돼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이 추가 시설에서 원심분리기 가동을 늘리고 영변에서 시험용 경수로를 가동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모두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언한 핵무기 개발을 위한 핵물질 증산 지시와 관련이 깊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한 외국과의 특정 분야 핵협력 지연을 비롯해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Pandemic) 인한 국경 봉쇄 여파에 따른 해외 조달 어려움이 서서히 풀리면서 북한의 핵 개발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그러면서 북한의 추가적인 핵 개발 움직임을 면밀히 감시하고 억제하기 위해서는 먼저 영변 이외에 여러 개의 핵시설이 있다는 사실을 국제사회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영변 이외의 핵시설을 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억제를 위한 전략을 설계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협상가들이 영변 핵시설에만 국한해서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전임 트럼프 행정부가 비핵화를 위한 임시 조치로 영변 핵시설 폐쇄를 협상할 의향을 갖고 있었지만 북한이 상응하는 대가로 너무 많은 제재 완화와 추가 보상을 원했다면서, 영변 외 핵시설과 관련한 어떤 거래도 그 같은 많은 보상을 받게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다른 핵시설에서 우라늄 농축에 관여하고 있음을 인정하도록 만들지 않는 한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 비핵화 진전을 이루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월 27일 장소가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핵무기병기화사업을 현지 지도했다고 28일 보도했다.김정은 위원장은 "언제든, 그 어디에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완벽하게 준비되여야 영원히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북한 조선중앙TV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월 27일 장소가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핵무기병기화사업을 현지 지도했다고 28일 보도했다.김정은 위원장은 "언제든, 그 어디에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완벽하게 준비되여야 영원히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북 핵무기 45기 추산, 더 많을 가능성...우라늄·플루토늄 배합 수소폭탄 혼합 무기 보유 추정
북한은 다양한 양의 플루토늄과 무기급 우라늄을 필요로 하는 다양한 유형의 핵무기를 다수 보유할 만한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보수적인 산정 방식으로 추산했을 때 핵무기 45기 정도는 충분히 확보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확보 가능한 정보를 반영해 평균 추정치를 낸 결과 45기 정도로 추산했으며, 다른 기관의 추정치보다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이 실제 이것보다 더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상업위성 관측이나 북한의 성명,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 정보기관의 보고 등이 전부인 매우 제한적인 상황에서 정확한 북한 핵무기 보유고 추산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올브라이트 소장은 지난 10일 발표한 ‘북한 핵무기 보유고 추정치’ 보고서에서 “북한이 경우에 따라 만들 수 있는 핵무기는 35기~65기 사이이며, 중간 값은 45기”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정치는 북한의 플루토늄과 무기급 우라늄 생산을 바탕으로 평가했으며, 북한은 단순 핵분열탄과 고농축 우라늄·플루토늄 배합 무기, 수소폭탄 혼합 무기 등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원심분리기는 핵개발 과정에서 우라늄 핵연료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비로 원심력을 가해 우라늄의 동위원소인 우라늄-235(U-235)와 우라늄-238(U-238)을 분리, 추출하는데 사용된다.
특히 핵무기 개발과 핵발전에 이용되며, 이에 따라 원심분리기의 사용은 국제사회에 의해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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