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형사 출신 김복준 교수가 범행을 부인하던 성폭행범의 바지를 스스로 벗게 해 수갑을 채울 수 있었던 일화를 털어놨다.
김복준은 18일 방송된 MBC '혓바닥 종합격투기 세치혀'에서 "팀에서 맡은 사건 중에서 성폭행 사건이 있었다. 성폭행으로 고소 당한 사람은 지역에서 명망 있는 분이었다. 힘 좀 쓰고 인격자라고 소문이 났던 분인데 본인 회사 여직원을 상담하자고 불러서 성폭행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99.9999…% 정밀하게 DNA 체취하거나 타액 반응까지 검사해서 검거한다.
김복준은 "피의자가 대단히 명망있는 인물이어서 아래 위에서 수시로 전화가 왔다. 알아서 기라는 얘기 아니냐. 저는 알아서 절대 못 긴다. 끝까지 잡아야되겠다는 투지만 불탔다"고 밝혔다.
이어 "직접 증거는 없다. 내밀한 공간에서 둘만 있었던 일이다. 여성은 분명히 당했다고 진술하는데 피의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한다고 진술했다.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탐문을 했더니 '그 여자가 그분을 너무 좋아했는데 거절하고 거리를 두니까 감정 갖고 고소한 거라고 하더라. 무혐의로 종결됐다"고 했다.
하지만 1년 뒤 같은 내용의 고소장이 접수됐고, 그로부터 6개월 뒤에 접수된 고소장도 내용이 똑같았다. 김복준은 "저는 그때 이건 아니다. 왜 한 사람한테 집중되서 들어올까 싶어서 직원들한테 내가 단독으로 할 테니까 사건 기록 전부 가져오라고 해서 집에서 분석했다"고 밝혔다.
성폭행범을 불러 조사한 김복준은 성폭행범에게 질문을 할 때마다 메모지를 보고 질문한 뒤 일부러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피했고, 성폭행범은 피해자 진술과 다르게 적힌 메모지를 확인했다.
김복준은 "(피해자에게) 화장실 가서 바지 한 번 내려달라. 그거만 확인하고 종료하겠다고 했다. 바지를 본인 스스로 내려야 한다. 메모지에 있는 특정부위 생김새와 완전히 딴판이더라. 피해 진술서에 기술된 밑줄 친 내용을 펼쳐 보여줬다. 땅바닥을 치더라. 구속영장을 신청해 구속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그 사람은 제법 잘 나가던 사람이었는데 김복준이라는 쌍심줄을 만나서 인생이 급선회됐다. 그런 사람이 잘 사는 건 세상이 불공평하지 않나. 기대대로 잘 못 살고 있더라"며 "앞으로도 소신과 당당함, 고집으로 살아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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