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에 근무하는 양모씨(33)는 동탄 전세사기 피해자 중 한명이다. 양씨는 지난해 11월 이번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임대인 장모씨와 전세계약을 맺었다. 전세금은 2억2000만원. 양씨는 지난 18일 한 법무사사무소로부터 문자 한통을 받았다.
'빌라왕', '건축왕' 등 상습 전세사기 사건이 잇따른 가운데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에서도 무더기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 경찰은 피의자로 특정되는 임대인 장씨 부부 등을 출국금지시켰다. 20일 본지와 만난 동탄신도시 지역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예고된 사고'라고 입을 모았다.
"역전세 갭투자 너무 많았다"
인근 중개업자들은 매매가에 육박하는 전세가를 악용한 갭투자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임대인 장씨 부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오피스텔을 먹이로 삼았다. 매매하면서 전세 세입자를 들이면 당장 돈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간 관리인 역할을 하는 부동산중개업자가 폐업하자 돌려막기에 차질이 생겼고, 보증금을 주지 못하는 케이스가 늘었다.
인근 법무사사무소의 사무장 A씨는 "임대인 장씨 부부가 무리하게 갭투자를 하며 전세 보증금을 또 다른 전세 보증금을 돌려막는 방식의 임대사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임대인의 물건들을 관리해 주던 부동산중개업자 이모씨가 폐업하자 문제가 발생했다"며 "이씨가 폐업하는 과정에서 후임자에게 장씨 부부의 임대사업과 관련된 업무에 대한 인수인계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전세기간이 만료된 임차인 등에게 지급할 보증금이 연체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동탄에서 이런 돌려막기식 전세 거래가 '관습적'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주변에선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부동산 중개업자 임모씨(60)는 "이 근방에서 오피스텔이 매매될 때는 매매가가 전세가와 비슷하거나 더 낮게 책정되는 역전세 거래가 10여년전부터 관습적으로 이뤄져 왔다"며 "'드디어 터질 것이 터졌다"고 언급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장모씨가 소유한 경기도 화성시 한 오피스텔의 경우 전용면적 38.32㎡의 매매가격은 2022년 4월 기준 1억8980만원인데 반해 동일 면적의 전세가격은 2022년 5월 기준 1억8740만원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더 늘어날 듯
피해자와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화성동탄경찰서엔 이날까지 총 58명이 장씨 부부를 사기 혐의로 신고했다. 한 세대당 전세 보증금이 1억원 이상인 만큼 현재까지 경찰이 추정하는 피해 규모는 최소 58억원이다. 더구나 이번 사건 임대인인 장씨 부부가 보유한 동탄 등지의 오피스텔은 모두 253채다. 추가 피해자가 나오면 피해규모도 늘어날 수 있다. 여기에 동탄신도시에서 오피스텔 등 43채를 소유한 지모씨가 지난 2월 23일 수원회생법원에 파산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피해가 예상된다.
경찰은 조만간 임대인 장씨 부부를 불러 조사를 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경찰은 장씨 부부에 대한 출국금지를 법무부에 요청해 놓은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엄청나게 많고 피해진술을 접수하고 있는데, 혹시라도 해외 도피 우려가 있으므로 오늘 아침에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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