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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군사 지원론’ 정국 핵 부상…국제 외교전 비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20 16:59

수정 2023.04.20 17:33

민주 “우크라 전쟁 군사 지원 반대”
정부 여당 “尹, 상식적이고 원론적인 말 한 것”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국립 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3주년 4·19 혁명 기념식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한 뒤 이 대표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국립 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3주년 4·19 혁명 기념식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한 뒤 이 대표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가능성' 발언이 정국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러시아가 "사실상 전쟁 개입"이라며 경고하는 등 내주 윤 대통령 국빈 방미를 앞두고 갈등이 국내 정치권을 넘어 국제 외교전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한일 정상회담 굴욕 외교에 이은 '외교 추가 참사'라며 십자 포화를 퍼부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상식적이고 원론적인 발언"이라며 야당이 정치 공세를 한다고 맞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0일 페이스북에 “말 한마디에 천냥 빚도 갚는다.

말 한마디로 원수도 산다”며 “대통령의 '사기꾼', '양안', '군사 지원' 세 마디에 (한국은) 3000만냥 빚을 졌다”고 썼다.

윤 대통령은 전날 공개된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러시아 침공으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만약에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 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이라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와 더불어 윤 대통령이 4·19 혁명 기념식에서 야권 전체를 '사기꾼'으로 규정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그는 이날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군사 지원 문제를 직설적으로 언급해 대러 관계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동북아 평화 안정에 큰 부담이 되지 않을까 정말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정책조정회의에서 "군사적 지원이 시작되면 당장 우리 기업부터 직격탄을 맞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 중차대한 문제를 국민적 공감대, 국회 동의도 없이 대통령 독단으로 결정할 수 없다"며 발언 공식 철회를 촉구했다. 민주당 소속 국회 국방·외통위원 일동도 기자회견에서 “윤 정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군사 지원에 반대한다”고 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발언이 “상식적이고 원론적인 대답이었다”고 맞섰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용산 청사 브리핑에서 “러시아 당국이 일어나지 않는 일에 대해 코멘트하게 되는데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향후 러시아 행동에 달려 있다고 거꾸로 생각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법에 바깥 교전국에 대해 무기 지원을 금지하는 법률 조항이 없다”며 “외교부 훈령을 봐도 어려움에 빠진 제3국에 군사 지원을 못 한다는 조항이 없다”고 강조했다. 고위관계자는 “6·25 전쟁 당시 대한민국이 거의 없어질 뻔했을 때 자유세계가 달려와 한국의 자유를 지켜 줬다”며 “한국이 국제 사회 도움을 받아 세계 중심에 서게 된 데 고마운 마음을 되새기면서 지금 우크라이나를 바라볼 필요도 있지 않은가”라고 덧붙였다.

여당도 지원 사격했다.
외통위원인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무조건적 살상 무기 지원이 아닌,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 등의 사안'이 발생하면 현재 상태에서 더 적극적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원론을 밝힌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발언, 뭐가 잘못이란 말인가”라고 썼다.

한편 러시아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발언이 사실상 전쟁 개입이라면서 강력하게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도 '힘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윤 대통령 인터뷰와 관련해 "한반도 문제와 대만 문제는 성질과 경위가 완전히 다르다"며 "타인의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정지우 기자